(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정크본드가 지난해 저조한 실적 이후 올해 긍정적인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크본드(고금리채권)는 ▲과거 수익률의 역사적 패턴, ▲차입 기관들의 건전성, ▲과소평가된 채권, ▲경제 전망 등의 이유로 매수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SPDR 블룸버그 고금리채권은 지난해 수익률이 -12.2%로, 지난 3년 연속 양의 수익률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 "2년 연속 손실 본 적 없다"

지난 1987년부터 집계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미국 고금리 지수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 2007년과 2009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경우에도 그랬다.

이런 역사적 패턴은 기술적인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작년처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는 상승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정크본드 금리는 연초 3.5%로 시작해 연말 7.1%까지 치솟았다.

올해 정크본드 투자자가 마이너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크본드의 가격이 7%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핌코의 소날리 피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투자하지 않으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크본드시장에 남은 '건전한' 기관들

차입자의 재정 상태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글로벌 매크로 헤드는 "정크본드 발행 기관이 얼마 없는데, 그들은 규모가 크고 일반적으로 필요할 경우 자금을 조달할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차입 기관들이 정크본드시장에서 론(loan) 시장으로 이동한 영향도 일부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 신용평가사들의 채권 등급 과소평가

정크본드시장에 남아 있는 많은 차입 기관은 튼튼한 대차대조표와 괜찮은 재정을 가진 대형 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계속해서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이는 과거 일부의 등급 분류 실수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상향에 훨씬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치르 헤드는 "신용평가사들은 채권을 투자등급으로 분류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은 채권을 과소평가하는 쪽으로 편견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WSJ은 "정크본드 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은 과소평가된 기관의 등급이 시사하는 것보다 채권의 지급 불이행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라며 "디폴트 확률이 낮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정크본드의 가격 압박이 적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 "경기 둔화는 정크본드 가격 상승 요인"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 경기가 올해 말 둔화하거나 완만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할 때 채권 금리는 일반적으로 떨어진다.

UBS의 매트 미쉬 크레디트 전략 헤드는 "우선, 5년물 국채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의 3.4%에서 내년 중순 2%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정크본드가 5년 국채 금리에 연계되어 있어 이런 금리 하락은 정크본드의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다만, 국채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정크본드의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확대되어 수익 일부가 상쇄될 수 있다.

동시에 급격한 경기 침체기에 정크본드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미국은행 웰스메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리서치 헤드는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정크 등급 기관들에 다른 기관 대비 더 큰 재정적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며 "이는 정크본드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경기가 역풍을 맞으면 고금리채권도 또 다른 위험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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