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장과 기업 이야기를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서영태 기자가 한국 증시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기자]
"잉여현금을 회사에 남겨 둘 것인지 여부는 그 현금의 주인인 주주가 결정해야지,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1927년 6월 28일 '석유왕' 록펠러의 재단에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한 송유관회사가 일반주주들에게 잉여현금을 분배하도록 록펠러재단을 설득한 것입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023년 주주총회 시즌이 끝났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실적과 배당 내용이 오픈됐습니다. 그레이엄은 주가 변동보다 "기업의 영업실적과 배당수익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고 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주총 시즌을 리뷰해야 할 이유입니다. 배당 행태를 보면 대주주와 경영진이 일반주주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드러납니다.


[앵커]
국내 상장사는 저배당으로 지적을 받잖아요. 이번에는 주총은 어땠나요.
[기자]
반도체 혹한기를 견디는 SK하이닉스. 올해 주주 배당을 1천2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작년의 1천540원보다 줄었습니다. 업황 부진 속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싱가포르 시장에서 2조원 이상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임직원에게 작년 성과급으로 연봉의 40%가량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선방한 LG전자. 올해 배당금총액은 1천269억원으로 작년의 1천539억원보다 줄었습니다. LG전자 임직원의 작년 평균 연봉은 15.5% 올라 1억원을 돌파했고요. 물론 LG전자 임직원이 지난해 비상 경영 속 업황을 이기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 과실을 누려야 합니다. 다만 LG전자가 저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주주환원을 더욱 강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에 기록적인 실적을 거뒀습니다. 8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냈는데, 1년 전보다 2조3천억원 늘어난 숫자입니다. 주당이익은 1만원 늘었고요. 헌데 주당 배당금은 2천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현대차가 주주환원에 힘쓰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상장사 배당 성향은 다른 나라 상장사보다 얼마나 낮나요?
[기자]
우리나라 기업이 '쥐꼬리 배당'이라는 꼬리표를 뗄 시점이 요원하다는 건 숫자에서 드러납니다. 대신증권이 주요국 상장사 배당 성향(2021년 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6.7%로 일본(31.1%)과 중국(28.4%)에 비해 낮습니다. 영국(56.4%), 프랑스(45.4%), 미국(41.0%)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배당 성향 차이는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국내 주식 못지않게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 상장사의 낮은 배당 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도 이어집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배당금과 주주환원이 낮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사가 비슷한 외국 상장사보다 저평가받은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PBR(주가순자산비율·2012년~2021년)은 평균 1.2로, 선진국(2.2) 신흥국(2.0)에 비해 뚜렷하게 낮습니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 주식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개인투자자 권익을 증진하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요?
[기자]
입법으로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라고 합니다. 이 의안은 상장사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해서도 충실 의무를 다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해당 법안과 관련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배당을 지나치게 적게 하는 기업은 주주한테 손해를 끼치는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배당 성향이 나아질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상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법무부의 시각이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개정안의 방향에 공감"한다며 호응했는데, 법무부에서 찬성 의견을 내면 여당도 반대 입장에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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