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부진 틈타 순익 역전
PF 여진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지난해 증시 부진의 여파로 계열 증권사가 영향력을 잃으면서 캐피탈사의 금융지주 내 존재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실적 성장세를 보였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에 대한 경계는 지속되고 있다.

◇캐피탈 성장세 지속…고수익 포트폴리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캐피탈은 당기순익 기준으로 하나증권을 누르고 금융지주 내에서 은행 뒤를 잇는 캐시카우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나캐피탈은 전년 대비 9.5% 늘어난 2천99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하나금융 계열사 가운데 하나은행(3조1천692억 원) 다음으로 높은 순익으로, 하나증권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1천306억 원의 순익을 기록해 2위 자리를 뺏겼다.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한 영업자산의 확대가 하나캐피탈의 순익 성장에 기여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020년 2조3천651억 원에서 지난해 5조4천15억 수준으로 빠르게 늘었다. 기업대출의 77.4%는 수익성이 높은 중소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일반대출 등으로 구성됐다.

신한캐피탈의 성장세도 견고했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은 전년 대비 10.3% 늘어난 3천3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천123억 원을 벌어들인 신한투자증권의 사옥 매각이익이 3천218억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캐피탈사가 벌어들인 돈이 더 많은 셈이다.

신한캐피탈은 투자금융자산의 확대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의 투자금융부문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25.5% 증가한 3조9천143억 원이었다. 구체적으론 유가증권 자산이 전년 대비 26.2% 늘어난 2조2천396억 원으로 증가하며 유가증권 부문 수익도 3천697억 원으로 11.1% 늘었다. 신기술사업금융 자산 규모도 24.1% 늘어난 1조2천613억 원이었다.

BNK캐피탈 역시 지난해 직전년도 대비 28.4% 증가한 1천71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내에서 부산은행, 경남은행의 다음 자리를 공고히 했다. BNK투자증권은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드는 등 부진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오토론 등이 캐피탈사의 주요 사업 영역이었는데 카드사가 이쪽을 잠식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개인 신용대출과 기업금융 등을 많이 취급하면서 고수익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캐피탈사의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피탈사가 많이 취급한 PF도 자산 사이즈가 크고, 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에서 성장세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F 리스크 변수…"대응 문제없어"

캐피탈사의 견고한 성장세에도 PF 익스포져 등이 높다는 점은 경계심을 키우는 요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1개 할부금융·리스사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2조8천9억 원으로 2021년 2조2천661억 원보다 23.6%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캐피탈사를 부동산 PF 위기의 진앙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140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PF 대출 규모 중 여전사는 27조2천억 원(19%) 규모의 PF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는 부동산금융 내 30%에 달하는 9조 원 규모의 금액을 '브릿지론'으로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사가 이처럼 PF 규모를 늘릴 수 있었던 건 상대적으로 규제의 강도가 약해서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여신성 자산의 30%까지 부동산 PF 대출을 운영할 수 있다. 자기자본 규제나 대출 규모 제한 등 저축은행 업권에 적용되는 규제에 비해 강도가 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주요 캐피탈사 CFO는 "캐피탈사가 PF와 기업금융 등으로 증권사들을 제치는 등 강한 실적 성장세를 보인 건 상대적으로 타 업계와 비교해 규제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도 작용했다"며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는 방식으로 캐피탈사들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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