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1년 DB형 이율보증형 상품 금리로 평균 5.66%의 금리를 제시했던 생명보험업계는 4월 기준 3.46%로 상품 금리를 낮췄다.
6.6%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했던 푸본현대생명은 4월 상품 금리를 3.55%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연말 기준 각각 6.46%, 6.40%를 제시했다가 4월 3.50%, 3.60%로 금리 수준을 낮췄다.
손해보험업계에선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상품 금리 수준이 연말 기준 5.90%, 5.85%에서 4월 3.60%, 3.75%로 낮아졌다.
통상 퇴직연금 자금은 연말에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회사로 이동한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쟁은 유독 치열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레고랜드 사태 등이 증권업계 등에 유동성 위기를 촉발하면서 금융회사 간 금리 경쟁이 격화됐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퇴직연금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방침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갱신이 많이 이뤄지는 연말에 보험사 간에 금리 경쟁이 있기는 하다"며 "작년엔 레고랜드 등이 터져 증권사 등 타 업권과의 금리 경쟁도 치열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6%가 넘는 금리를 제시해 퇴직연금 자금을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이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것이 화살로 돌아와 보험사 퇴직연금 계정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보통 역마진을 감수한다"며 "그 후에 자산운용을 바탕으로 수익률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한데, 올해에는 지난 연말 대비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다 보니 이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고금리 채권을 중심으로 자산과 부채를 매칭했더라도 일부 역마진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후에 들어오는 자금으로 수익률을 맞춰나가야 하는데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담을 물건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고금리를 제시한 보험사는 보통 투자하는 회사채뿐만 아니라 대출채권과 고금리 대체투자 상품 등으로 수익률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위험자산을 편입하는 건 다르게 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DB형은 기업체들이 연말을 기준으로 계약을 갱신하다 보니 6월 비중이 머니무브를 우려할 정도로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퇴직연금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보험사를 주시하고 있다. 연말 기준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만큼 역마진의 규모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생보사 중엔 푸본현대생명과 IBK연금보험의 퇴직연금 부채 비중이 총부채 대비 각각 49%, 32%에 달한다. 손보사 중에는 롯데손해보험이 52%로 압도적이었다.
이중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연말 금리를 타사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제시해 퇴직연금 자금이 빠져나갔고, RP를 활용해 유동성 이슈에 대응했다.
다만 1년 DB형 등 단기 상품을 기준으로 역마진 및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는 오히려 담을 자산이 많았고, 역마진은 더 긴 시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1년 DB형은 은행의 예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자산부채종합관리(ALM)가 용이해 역마진의 기준으로 삼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장기 상품을 판매할 때 담은 자산의 만기가 다가오면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때 금리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사업의 비중이 크고 오랜 기간 영위해온 보험사가 역마진 우려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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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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