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건강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지난 3년의 팬데믹은 건강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전 지구적인 고령화도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강화하고 있죠.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산업 발전이 지지부진하다고 합니다.

[기자]
중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바이오산업 육성에 매진했습니다.

'중국제조 2025' 들어보셨죠. 중국의 산업 전략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10가지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테크에요. 반도체, 항공우주 같은 중요 전략 산업 중 하나인 거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이후로 바이오테크에 대규모로 투자해왔습니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같은 투자기관이 2015년 이후로 중국 바이오테크 산업에 1조5천억 위안(약 285조6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해요.
중국이 지난해 발표한 '바이오경제 발전 계획'에는 2035년까지 글로벌 선도 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앵커]
중국이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작심했군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빅파마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현재까지 성과는 어떤가요.
[기자]
중국 바이오는 대규모 투자 속에서도 미흡합니다. 대체로 선진국 의약품을 모방하는 수준이라고 해요. 해외 브랜드 의약품을 현지화해 대량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업계에서 "first-in-class(혁신 신약)"이라고 부르는 의약품을 거의 개발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문 결과도 있는데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2022년 8월에 제약사 임원과 투자자 상대로 서베이를 했어요. 응답자들은 중국이 5년 내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능력을 갖췄다는 데 회의적이었습니다. 리서치 역량이 서방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져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3월에나 처음으로 자국산 코로나 mRNA 백신을 승인했습니다. CSPC 파마슈티컬 그룹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백신이에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2년여 전에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뒷북을 쳤습니다.


[앵커]
리서치 역량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 같네요. 바이오는 결국 연구·개발(R&D)이 전부니까요.
[기자]
예, 맞습니다. 중국 내 기초 연구가 부족합니다. 제약산업을 받쳐줘야 할 학술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평가입니다.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는 분위기 등도 부진의 요인이지만요. 결국 학술적 연구입니다. 학계에서 산업계로의 기술이전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을 볼까요. 민간기업과 대학의 파트너십 속에서 수많은 혁신이 나옵니다.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스턴 내에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MIT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바이오 탑 기업은 보스턴에 거점을 두고 실험실에서 나오는 혁신 기술을 인수합니다.


[앵커]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건 어떤 이야기죠?
[기자]
중국 규제당국이 보수적이라는 이야깁니다. 새로운 기술보다는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에나 승인을 내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보수성은 경험 부족 때문입니다. 경험 많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는 달리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죠. 잘 모르는 걸 승인할 수 없으니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겁니다. 중국 회사가 안정성 측면에서 당국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중국이 개방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중국은 2021년에 바이오 안보법을 발효해 보건과 첨단 바이오 기술 등을 국가 안보 문제로 결부 지었습니다. 유전공학 기술과 제약·바이오 생산기술 등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요. 데이터 유출을 문제 삼아 해외 공동연구도 제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바이오 기업이 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피한 사례가 있는데요. mRNA 백신 개발을 돕겠다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제안을 중국 제약사 월백스가 2020년 말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앵커]
기술경쟁을 펼치는 미국의 견제도 중국 바이오의 뒷다리를 잡을 거 같아요.
[기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바이오 정책을 펴고 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를 명분으로 삼은 대중국 수출 및 투자 통제를 바이오산업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하고자 작년 9월 '국가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명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 쪽에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했던 글로벌 대형사가 미중 갈등 리스크를 줄이고자 한국 기업을 대신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술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도 신약 개발 역량은 부족합니다. 오늘 중국 바이오가 부진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한국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자동차나 조선 같은 산업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낮고, 우리가 개발한 신약으로 세계 시장에 알려진 게 거의 없으니까요.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겠죠. 장기적인 축적이 필요합니다. 한 회사의 역량만으로 되지도 않고요. 국가적 지원 아래 한국 바이오산업 전체가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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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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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2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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