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만일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융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설지 관심이 커진다.


마켓워치는 24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이끌던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준의 의사록을 분석해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연준이 어떤 조처를 할지 몇 개의 가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당시 "이 의사록이 잠재적으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나중에 벌어졌을 때 시장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준의 플레이북

미국 정부는 과거 재정적자를 메우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매해 채권 경매에 나선다.

만일 부채한도 상향 없이 한도에 도달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한 원금 역시 미국 재무부 경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래된 부채는 새로운 부채로 롤오버하게 되지만, 이자 지급이 문제가 된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2013년 재무부와 연준 위원들은 플레이북을 만들었으며, 이 플레이북에 따르면 재무부는 채권 이자 지급을 최우선으로 하며, 부채와 관계없는 의무들에 대한 자금 지불은 유예하기로 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존 카나반 채권 전략가는 "이 계획은 아직 시행된 적 없으며, 만일 시행했을 경우 효과는 있겠지만 많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6월 1일 재무부 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카나반 전략가는 오는 6월 15일 재무부에 새로운 세수가 유입되며 실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7월 말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시장이 매우 혼란할 경우에만 개입한다는 게 원칙이다.

과거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적절한 수준에 두기 위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레포나 역레포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채 시장이 과도하게 망가질 경우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연준의 가장 큰 두려움은 '채권 미매각'

연준의 가장 큰 두려움은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투자자들이 재무부의 채권 경매에 참가하지 않으면 재무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할 자금을 구할 수 없다.

국채 미매각 사례는 독일이나 영국 등에서 가끔 발생했던 것으로, 연준은 법적으로 직접 재무부 채권 경매에 참여해 국채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안해야 한다.

데렉 탕 LH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 국채 경매에 실패한다면 연준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연준이 단기 증권 자산 매입 프로그램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 언제 시장과 소통 시작할까

연준이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됐을 때 언제 시장과 소통을 시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연준이 정치적 협상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2013년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연준이 어떻게 시장과 소통할지 묻는 말에 "매우 복잡한 질문"이라며 "재무부와 논의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연준, 금리 인하 나설까

매체는 만일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연준이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탕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매체는 다만, 극단적인 경우에 연준이 2022년 잉글랜드은행(BOE)의 사례를 따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BOE는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몇 달간 국채 매입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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