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애널리틱스 스테판 앵그릭 인터뷰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글로벌 경제정보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앵그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마주한 세 가지 리스크로 세계 경제 침체, 인플레이션, 가계 부채를 꼽았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경제를 분석해온 앵그릭 이코노미스트는 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나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 한국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경제를 잘못 판단하면 경제 성장을 탈선시키고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잘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레저와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가 꽤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계 부채가 소비 지출을 둔화시킬 수 있다"며 "경제가 즉각적인 리스크를 겪지 않더라도 성장이 확실히 눌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 경제가 올해 1.4% 성장하고, 내년에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리거나 더 오래 높은 수준의 금리를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원자잿값이 또다시 급등하는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에 관해서는 "인구 문제가 경제 성장에 주는 충격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고소득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구뿐 아니라 자본축적과 생산성 향상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앵그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경제적 관점에서 완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일본의 경제구조는 매우 비슷한데요.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요.
▲한국 경제가 가진 강점은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수출 경쟁력입니다. 한국은 전자제품, 기계, 화학제품, 자동차를 생산하는데요. 많은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예컨대 전자 분야를 보면 한국은 반도체를 생산하고,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생산합니다. 양국이 서로를 보완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협력 강화로 서로 윈윈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주목해야 합니다. 두 정상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양국은 서로에게 우호적인 무역 지위를 회복했습니다. 양국은 서로 윈윈할 기회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일본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국 출생률이 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기준으로 보나, 전 세계 기준으로 보나 출생률이 꽤 낮습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잠재적인 노동력의 감소를 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겁니다. 경제가 성장하기 약간 더 어려워지겠죠.
미래에 써 볼만한 해법은 노동참여율 증대입니다. 예컨대 여성을 위해 일과 관련된 장벽을 허물 수 있겠죠. 인구학적인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수년간 이러한 작업을 했습니다. 여전히 그 과정상에 있고 앞으로 갈 길이 남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인구학적인 문제가 경제성장에 주는 충격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경제가 성공적인 고소득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구 증가가 멈춰도 계속될 수 있는 자본축적, 생산성 향상 같은 것들 덕분입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완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기본 전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한국은행이 올해 말까지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은행이 3.5%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얼마 전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말 전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가 매우 강하게 반박했고요. 이창용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는 필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은행이 곧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요. 미국 중앙은행도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때쯤이면 한국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져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보다는 경제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갈 리스크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원자잿값 충격이 없다면 이러한 상황은 벌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1년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주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때문에 높아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이제는 내려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내려왔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내려왔고요. 식품 가격은 잘 내리지 않는 경향이 다소 있지만 하락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인플레이션을 높인 또 다른 요인은 주택입니다. 그런데 주택가격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집값에 영향을 주는데 글로벌 원자재 가격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잘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레저와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가 꽤 올랐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상당수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방역이 풀리면서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가 공급보다 강하고요. 공급이 따라갈 수 없어서 이러한 서비스의 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조금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 대부분은 저희의 기본 전망에 반영됐습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또다시 급등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의 기본 전망대로라면 한국은행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을 억누를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 경제가 세 가지 주요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글로벌 침체입니다. 침체 리스크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져 있고, 미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침체에 선행하는 지표 중 빨간불을 켠 게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나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수출, 생산 등을 통해서 말이죠.
미국 경제를 보면 여러 요인이 침체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금융시장 여건의 악화입니다. 올해 초에 미국에서 여러 은행이 파산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현재로선 통제됐고 추가적인 은행 파산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미국 내 자금조달 여건이 꽤 타이트해졌습니다. 은행이 대출을 잘 내주지 않게 됐기에 성장이 둔화할 것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투자가 둔화할 것입니다.

통화정책 상의 실수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경제에 대해서 잘못 판단하면 경제 성장을 탈선시키고 침체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미국 부채한도에 대한 논란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나 싶더니 뒷걸음질 치곤 합니다. 이 또한 미국 경제에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 중 하나 또는 그 조합이 글로벌 침체를 촉발하고 한국 경제에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자 첫 번째 리스크입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입니다. 한국 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꽤 높습니다. 4%를 밑돌고 있는데, 작년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2022년 7월에는 6%를 넘었죠. 그래도 여전히 너무 높고,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비 부담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내려와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인플레이션이 무슨 이유에서든지 다시 급등한다면 기업과 가계의 지출, 경제 성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인플레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큰 리스크 요인입니다.

마지막 리스크는 가계 부채입니다. 가계 부채가 소비 지출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어떤 즉각적인 리스크를 겪지 않더라도 성장이 확실히 눌릴 것입니다. 따라 중장기적 정책적인 측면에서 가계 부채에 주목하는 게 타당합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보는 한국 경제 세 가지 주요 리스크는 글로벌 침체, 인플레이션, 가계 부채입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보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얼마인가요.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올해 1.4%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작년보다는 약간 느린 속도입니다. 지난해 한국이 2.6% 정도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글로벌 전망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글로벌 경제가 현재 꽤 약한 상황입니다. 침체 우려가 있고, 이 때문에 한국 수출의 대외 수요가 꽤 약합니다. 수출이 지난 2년간 한국 경제 성장을 떠받쳤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요가 줄었고 수출 성장도 마찬가지로 낮아졌습니다.

전자제품 사이클도 다운사이클입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반도체, 소비자가전 등을 매우 잘 제조합니다. 이 섹터 전체가 매우 약세이며 전자제품 수요가 매우 약합니다. 한국의 출하량을 짓누르는 요인이죠.
그리고 중국의 수요가 현재 매우 약합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하고 리오프닝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올해 1분기 성장을 떠받쳤습니다. 그러다 대체로 서비스 부문이 살아났죠. 중국 내 수입 수요는 아직도 원하는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대외 수요가 꽤 약할 것입니다.

내수도 약합니다. 내수는 지난해 코로나 방역이 풀리면서 크게 살아났습니다. 현재로선 그 효과가 사라지고 있고요. 물론 내수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기에 내수 성장이 약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소비자심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소비자심리가 약간 개선됐습니다. 내수가 작년보다는 약하겠지만 어느 정도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요인들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대외수요가 앞으로도 꽤 약할 것이고, 내수는 약간 성장하면서도 작년보다는 약할 것입니다.

상황은 내년에나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내년에 세계 경제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한국의 대외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내수도 개선될 것이고요.
물가상승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 수준을 찍을 것입니다. 기업과 가계에 도움이 되겠죠. 한국은행은 그때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입니다. 기업 지출과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요. 그러면 내수가 내년에 더 성장하겠죠.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올해보다는 훨씬 나은 숫자입니다.

ytseo@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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