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화의 지배력이 유로화, 위안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를 포함한 새로운 통화 체제에 의해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비크람 라이 TD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의 패권이 점점 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이같이 전망했다.

특히 유로화와 위안화는 달러의 가장 큰 경쟁자이며 CBDC의 등장 또한 탈달러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향후 10∼20년 이내에 지역 지배적 통화와 다국적 국제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가 현재 유로화와 역할을 공유하고 있으며 위안화는 더욱 개방되고 있고 미래의 CBDC 혹은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다른 옵션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러-우크라戰 이후 달러 패권 위협…신뢰도는 여전

라이에 따르면 현재 달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변함없이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축 통화로 군림하고 있다. 달러는 전 세계 무역 송장의 50%를 차지하며 채권 발행과 해외 은행 업무에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은 계속해서 누적됐고 특히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이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를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세계 중앙은행은 달러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자 애썼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이 늘어났고 중국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와 같은 여러 글로벌 거래 협정에서 위안화 사용을 추진했다.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원자재 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는 "'페트로달러'에 대한 도전은 경제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원유 수출 가격 책정 관행은 원유 시장에서 거래하는 모든 국가가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졌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해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달러화의 완전한 대체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유로화와 위안화 모두 달러의 신뢰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미국 채권과 달리 유로화 표시 채권은 종종 같은 정부에서 발행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위안화의 경우에도 자유롭게 태환이 불간으하며 중국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자유 시장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탈달러화 가속화 재료는…CBDC·브릭스 공유 통화

그럼에도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몇 가지 요인이 탈달러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가 그중 하나로 꼽혔다.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이 (CBDC)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토큰이 채택되면 지불 결제 시 달러의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채무 불이행 위협 등 파괴적인 사건도 달러에 위험한 재료다.

미국 정치권의 극적 타결로 미국의 채무 불이행은 피했지만, 미래에 유사한 사건이 통화에 대한 국제적 믿음을 흔들고 약화를 가속할 수 있어서다.

또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 간의 공동 통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더욱 현실화할 수 있다.

이달 초 브릭스 외교장관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회의를 열고 공동통화 도입과 회원국 확대 등을 통해 미국에 대응할 기회를 모색하기로 한 바 있다.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이질적인 경제 간의 본격적인 통화 동맹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발표는 달러 없이 더 많은 무역과 금융을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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