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형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모집에 열 올리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1,000% 넘는 시책을 내걸었다. 현금 지급 대신 금이나 명품 가방도 등장했다.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지키려는 보험사들 경쟁 이면의 시책 전쟁을 두고 보험사들의 제 살 깎아 먹기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비롯한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채널에 1,000% 넘는 시책을 제시하는 추세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인센티브다. 시책 1,000%는 판매 수수료와 별도로 기간을 두고 월납 보험료의 10배를 더 주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보험사 간 과당경쟁을 막고자 시책이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1200% 룰'을 도입했다. 하지만 CSM을 늘리고자 보험사들이 신계약 확대에 열 올리면서 이 룰도 소용이 없어졌다.

보험사들이 대규모 시책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1200% 룰이 모집 초년도에만 적용되는 탓이다. 최근 내건 높은 시책은 월납 13회차, 즉 고객이 보험을 1년 넘게 유지한 후 첫 달에 지급하는 형식이다.

한 GA 관계자는 "최근에는 1,400%까지 시책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반기 마감을 앞두고 더 심했다. 시장과 당국의 분위기를 살피며 보험사도 시책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과거 전시 상품에 불과했던 5·7년 단기 납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높은 시책이 책정되기도 했다. 저축성 보험도 고개를 들었다.

단기 납 상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환급률도 높다.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신계약 자체를 늘려 CSM을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통상 200~400% 수준이던 단기 납 상품에 내걸린 시책은 최근 700%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특정 생보사가 하루 새 백억 원 가까운 신계약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회자했다"며 "GA를 확보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채널 영업 드라이브가 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혈경쟁을 알면서도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IFRS17 도입 이후 CSM 확보가 중요해진 데다, 최근 수정된 회계 가이드라인이 강화하면서 신계약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 보험사 임원은 "시책 수준은 영업 일선에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결정한다"며 "하지만 경쟁 보험사가 드라이브를 걸면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순 없다. 분기별 실적뿐만 아니라 월별 계약 규모를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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