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7년 만의 일이네요"
국회 정무위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킨 15일 오후, 한 보험사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오랜 시간 업계 숙원 과제로 여겨져 온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행을 반기는 자축의 의미였다.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는 종이서류 발급 없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보험사에 관련 내용을 전자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날 TV로 정무위 생중계를 지켜보던 보험사 관계자들은 환호했다. 수년간 공전하던 실손청구 간소화가 국회의 문턱을 넘어선 걸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축하했다.

4천만 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강화한 실손청구 간소화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전 국민의 80%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그간 청구 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해 소액 보험금은 신청조차 하지 않는 가입자가 많았다. 또, 보험사는 서류 접수와 입력에 많은 인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셌다. 이들은 환자와 관련한 정보의 오용과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수년간 이를 반대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이 처음 거론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보험사별로 달랐던 보험금 청구 양식을 통일하고 방법도 간단하게 바꿀 것을 권고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됐지만, 그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필요성을 검토하는 내부 논의는 있었다.

당정이 보험업계와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을 모아 '8자 협의체'를 가동한 올해, 금융위원회는 어느 때보다도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날 전체 회의가 열린 정무위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센' 발언을 하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종이 서류로 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하자는 것, 그것 하나만 달라진다"며 "전송 대행기관이 자료를 집적하지 못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돼 있고 목적 이외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유출 우려는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추가로 정보를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목적 외 사용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도 있다"며 "똑같은 정보를 갖고 하는데 종이로 신청하면 지급이 되고, 전자적으로 하면 지급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무위를 통과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14년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17년이 걸린 법안"이라며 "이해 관계자들의 정치적 싸움보단 보험 가입자들의 실익을 우선으로 삼아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6.15 uwg8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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