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로 국토교통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타당성 조사 도중 제시한 대안노선이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토지를 소유한 지역과 가까운 까닭이다. 국토부는 특혜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실무 검토 중인 사안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무원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역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혹 제기는 힘을 잃는다. 국토부가 여러 차례 해명했음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이달 3일 배포한 첫 해명자료에서 지난 5월 8일 공개한 노선은 교통수요, 환경훼손 최소화 등을 고려해 마련한 것으로 아직 확정된 노선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환경성, 경제성, 주민의견 등을 고려해 예비타당성조사 노선을 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 노선이 처음 등장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에 대해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을 시점으로 하고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연장 29㎞의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신설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2021년 4월 완료된 예타 보고서에는 하남시 감일동을 시점으로 하고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라고 기재됐다. 왜 확정되지 않은 노선이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사업목적으로 들어가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또 국토부가 공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강상면 종점안이 교통량 수요분석과 환경영향에서 더 우수하다고 적었다. 지난 12일 배포한 자료에서는 강상면 종점 노선이 예타 노선에 비해 사업목적에 더 부합된다는 말까지 곁들였다.

국토부의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지침을 살펴보면 편익분석을 할 때 통행시간, 차량운행비, 교통사고비용, 대기오염 발생량, 온실가스 발생량, 차량소음 발생량 등을 반영하도록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강상면 종점안이 좋다면 지침에 따른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 종점은 이곳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상면 종점안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 양평JCT 위치 변경도 그렇다. 지난 13일 열린 양평군 현장설명회에서 타당성 조사 용역업체는 예타에서 제시한 위치에 양평JCT를 설치하면 기술적인 이유로 터널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운영 중인 터널을 확장하기가 어려워 JCT 위치를 옮기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지침이 지정한 비용산정 항목에 맞춰 예타안과 강상면 종점안의 비용을 비교, 제시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런저런 숫자들을 어지러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비용편익(B/C) 분석, 정책성 분석 결과만 제시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타당성 조사 용역업체는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B/C분석과 AHP분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공문과 용역 자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그래서 국토부의 의사결정이 정부의 각종 규정과 절차에 맞는다고 입증하면 될 일이다.

국토부 도로국장은 지난 13일 현장 설명회에서 양평-이천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언급하며 예타 이후 노선이 100% 바뀐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예타 이후 노선 변경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는 시·종점부가 바뀐 까닭에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총사업비관리지침 등은 예타에서 제시된 사업 내용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규모, 총사업비, 사업기간 등이 예타와 차이가 날 경우 중앙관서의 장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감사원 홈페이지만 들여다봐도 예타와 다르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지적받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공무원은 서류로 말하는 법이다. 정치인이나 할 법한 화술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게 하는 것은 직업공무원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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