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대하는 국토교통부의 태도가 갈수록 태산이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성실한 사실관계 규명보다는 '날파리 선동', '가짜뉴스' 등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정치인인 원희룡 장관에 이어 전문 관료인 백원국 2차관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백 차관은 최근 언론에 게재한 글에서 양평 고속도로 의혹 제기가 가짜뉴스라고 했다. 양평고속도로 대안노선이 전문가가 선정한 가성비 노선이고, 교통처리량이 40% 이상 높은 데다 환경친화적이고, 지역 민원을 해결한다고 제시했다.

백 차관은 그러면서 대안노선은 확정되지 않았고 대안노선에서 시종점이 변경된 사례가 24개 고속도로 사업 중 14개로 흔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런 백 차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혹 해소 방법도 간단하다. 타당성 조사 용역 업체가 제시한 대안노선을 국토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수용했는지 밝히면 된다. 가성비를 뒷받침할 경제성 분석 자료도 그대로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매월 용역업체가 제출한 월간 진도보고서를 요구하는 국회에 도면을 놓고 회의했을 뿐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을 늘어놓다가 그 자리에서 보고서를 흔드는 야당 국회의원에게 반박당하는 망신을 샀다.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할 비용편익(B/C)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 않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용역업체에 대한 과업지시서를 보면, 편익/비용(B/C) 산정, 경제성 분석(경제적, 재무적)은 작년 11월로 종료된 1차 용역 포함 사항이다. 용역업체는 1차 용역 종료를 담은 준공계와 준공조서를 작년 11월 국토부에 제출했다. 용역업체가 과업을 이행하지도 않았는데 국토부가 준공계를 받아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토부가 작성한 과업지시서에 담긴 공정표
[출처: 국토교통부]


백 차관이 언급한 교통량 조사에 대해서도 이견이 적잖다.

교통량 영향 평가에서는 영향권 설정이 중요하다. 이것은 국토부의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에 담긴 내용이다. 지침은 "영향권의 설정은 편익 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여야 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설정한 양평 고속도로의 직접 영향권은 경기 하남시, 광주시, 양평군 등 3곳인데 반해 국토부 용역업체가 설정한 직접 영향권에는 이들 세 곳 외에 서울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가 추가됐다.

국토부가 대안노선의 교통량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려면 직접 영향권을 넓힌 배경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한다. 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꿨더니 서울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거주자들의 고속도로 이용의사가 늘었다면 신기한 일 아닌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영향권 비교
사진설명: KDI 예타에서 설정한 영향권(위)과 국토부 용역업체가 설정한 영향권(아래). [출처: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정부에서 가장 많은 국책사업을 다루는 곳 중 하나다. 교통시설 투자지침과 같은 수백쪽짜리 지침과 규정이 즐비하다. 이해관계자의 압력에서 직업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이 부당한 가짜뉴스라면 관련 지침과 규정을 공개하고 이를 충실히 따랐다고 근거 자료를 충분히 제시해 입증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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