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 고객인 은행과 보험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애초 그 주제를 꺼내진 않으려 한다"
자산운용사 한 리테일 관계자는 공모펀드 직상장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운용사에 분명 유리한 정책은 맞지만, 주 고객인 은행과 보험사의 입장을 고려하면 보수율부터 상장 상품 선택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공모펀드 직상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직후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공모펀드의 상장지수펀드(ETF) 전환 상장을 업계에 제안해왔다. 하지만 법적 환경을 고려해 ETF 전환 대신 펀드 직상장으로 논의 방향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상장 방안으로 거론되는 내용 중 하나는 별도 상장 클래스 신설이다.

현재 같은 펀드라도 보수 등에 따라 펀드 클래스가 나뉜다. 온라인 판매도 전용 클래스(e)가 있듯, 상장 클래스를 만들어 기존 시스템을 통해 직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직상장의 장점이 판매사 이해와 전부 상충한다는 점에서 운용사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상장 클래스와 기존 클래스 간 보수 차이다.

상장 클래스는 별도 판매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클래스 대비 저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직상장의 강점이기도 하나, 동시에 기존 클래스의 매력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판매사 반발 요인으로 지목된다. 판매사는 판매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상장 상품 선택 역시 고민거리로 꼽힌다.

향후 펀드 직상장의 길이 열릴 때 운용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상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경쟁력 있는 상품'의 범주에는 판매사에 공급되는 상품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판매사 역시 수익률이 준수한 펀드를 골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 수수료가 저렴한 직상장 쪽으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 운용사도 판매사 측을 고려해 어떤 상품을 상장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운용사 입장에서는 수익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당장 일어날 판매사 측의 반발도 커 보이는 게 현실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증권사의 펀드 판매 잔고는 126조 원에 이른다. 은행은 63조6천852억 원, 보험은 3조4천267억 원으로 증권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지만, 다른 업권의 비중도 무시할 순 없어 이들 판매사를 어떻게 설득할지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대놓고 판매사를 패싱하기엔 당장 무리가 있어 직상장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ETF 전환이 아닌 공모펀드 직상장은 새로운 유형의 판매 채널이기도 해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투협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다른 업권과 아직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투자 측면에서의 편의성, 비즈니스 가능성 등을 고려해 운용사가 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금투협이 건의해 발표하고 세세한 부분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당국이 정책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세부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아직은 업권 안팎으로 전체 의견을 조율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정필중 기자)

여의도 전경,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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