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8월 하순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Jackson Hole)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직설화법'이 화제를 모았다.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한 상황이었던 만큼 다수 중앙은행 관계자가 '매의 발톱'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역사적인 기록은 (통화정책을) 너무 일찍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잭슨홀 회의 장소에 도착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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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으로 이달 24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자 등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는 작년과 달리 원론적 발언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연준만 봐도 인플레를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포함한 과도한 긴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에 직면해 있다(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참고). 특히 주요국을 포함해 대다수 국가의 통화정책은 연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상태로 수립, 집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요 이슈는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 거론 여부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실질금리의 중립 수준 혹은 '자연이자율'로 이론적으로 경제 부양과 긴축, 과열과 침체 어느 쪽도 아닌 금리 수준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를 언급할 경우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23일자 마켓워치 기사에 따르면 'r*' 또는 'r-srar'로 통용되는 '실질 중립금리'는 연준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장기 연방기금(FF) 금리 전망치에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차감한 0.5% 수준으로 추정된다.(8월 24일 5시 송고된 '금융시장, 잭슨홀 파월 연설에서 '중립금리' 주목하는 이유' 제하 기사 참조.) 시장 참가자들은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되면 연준이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금리 인하 시기는 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긴축 리스크를 확산시키며 경기와 기업이익 개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중립금리와 함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정될 경우 잠재성장률 개선 관측을 촉발하며 장기적으론 주식 등 위험자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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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4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중립금리 변화에 대한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과 관련한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미국의 중립금리가 올라가서 미국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올라가는 반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금리를 낮추고 싶은 상황이라면"이라고 가정한 뒤 "미국 중립금리가 상승한다면 한미 통화정책 상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의 중립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긴축정책을 지속할 때 우리는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라고도 말했다.

올해는 잭슨홀 미팅이 46번째로 열리는 해다. 주제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인 전환'이다. 이번 미팅에는 25일 오전 개회사 겸 공개연설을 하는 파월 의장 외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벤 브로드벤트 잉글랜드은행(BOE) 부총재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공개 연설을 하거나 토론 패널로 나선다. 한국은행에서는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이 참석한다. 주요 인사들의 잭슨홀 미팅 발언이 전 세계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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