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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 유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면서다. 사우디는 5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년래 최저치인 하루 산유량 900만배럴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시장은 감산 연장 발표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봤다. 앞서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 원유시장에선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5월 말~9월 초)을 거치면서 수요는 늘어났지만재고는 큰 폭 줄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졌다.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조차 유가의 랠리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를 이끌어가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공급 제한 연장 계획을 공표하자 영국령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작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WTI) 가격 역시 작년 11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87달러 부근으로 레벨을 높였다.

주목할 부분은 국제 유가 급등 소식에 5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기준물로 통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4.2588%로 7.31bp 급등하고, 달러-엔 환율은 기존 연고점인 147.374엔을 넘어 147.816엔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최근 들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던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러한 가격 변수 움직임의 배경이 됐다. 인플레 대응을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이 잃은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연준이 인플레를 2%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5%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시선을 끌었다. (9월6일 오전 3시14분 송고된 '모리치 '연준 인플레 싸움에 미 10년물 수익률 5% 넘을 것' 제하 기사 참고) 일본 외환 당국은 달러-엔 움직임을 더는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이런 투기적 움직임이 있다"며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경우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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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상승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소진되고 있어 에너지 관련 지출이 증가하면 다른 지출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에너지 관련 지출 증가가 미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공급을 늘리면서 임금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런 관측에도 국제 유가는 당분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변수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모두 월 단위로 감산 관련 사항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감산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4.7%로 모두 월가 전망치를 소폭 밑돌았다. 미국의 8월 CPI는 이달 13일 발표된다. 국제 유가 상승이 시장에서 '찻잔 속 태풍' 이상의 의미를 가질지 당분간 물가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겠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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