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작년부터 이어져 온 자산운용업계 내 트렌드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홀로서기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결별을 선언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와중 NH아문디자산운용은 협동조합이라는 공통점을 내세우며 '20년 동행'을 선언했다.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운용은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 초 임동순 NH아문디운용 대표는 "20주년을 맞아 다시 혁신과 창의로 무장해 NH농협의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에 함께 뛰겠다"며 "주주사, 고객의 변함없는 신뢰로 함께하는 글로벌 투자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운용업계 분위기를 고려하면 차별화된 행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하나자산운용은 하나증권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UBS 간판을 떼게 됐다. 2년 전 신한자산운용 역시 BNP파리바은행과의 합작 관계를 청산했다.

결별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로는 수익성이 꼽힌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자산운용사 실적은 견조한 편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운용자산(AUM) 상위 10개 운용사의 연간 순익은 3천429억 원으로 4년 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순익의 총량은 늘었지만, 해외에서도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체된 상황이다.

국내 운용업계 진출 역시 염두에 둔 외사들이었으나, 막상 남는 게 없어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운용사를 완전 자회사로 두는 게 계열사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외국 회사 입장에서는 (관계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며 "다른 지주 계열사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사례를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합작 메리트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과 아문디 간의 관계는 여타 회사들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협동조합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 NH농협처럼, 아문디의 모회사인 크레디아그리콜(Credit Agricole·CA) 역시 명칭대로 협동조합에서 출발한 금융회사다. 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업 문화를 공유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단순 의리, 신뢰만으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2003년 머니마켓펀드(MMF)를 처음 선보인 NH아문디운용은 이후 채권 및 주식 등을 다루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도 아문디와의 협업이 녹아들었다. NH아문디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는 아문디와의 대표적 협업 결과물 중 하나다.

올해 선보인 'NH-Amundi시그니처OCIO' 펀드도 마찬가지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자문 포트폴리오를 도출하고 아문디가 이를 검증하는 이 펀드는 지난 9월 설정액 1천억 원을 넘겼다. 지점 은행 및 증권사 고객에게 글로벌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도다.

인적 교류 역시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아문디는 올해 초 본사에 '코리아 트레이닝 아카데미(Korea Training Academy)' 투자 역량을 강화하고 인적, 문화적 교류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해외연수를 통해 양사 간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간의 유대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협동조합은 자본주의를 보완하고자 고안된 개념이다. 자본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 협동조합 정신을 표방한 NH아문디운용은 어떤 솔루션을 제시할까. 그 동행에 운용업계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투자금융부 정필중 기자)

여의도 전경가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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