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이 만들어낸 인사이트로 수익률 '탄탄'…"올해 키워드는 주총·배당"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올가을, 업력과 실력을 겸비해 이름을 날리는 매니저들도 고민이 깊다. 금리 방향성에 국내 증시는 흔들리고, 그 사이 'FOMO'를 등에 업은 테마주 열풍이 장을 휩쓸었다.

김기백 한투운용 부장
[출처 : 한국투자신탁운용]

 

그런데도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가치투자계의 젊은 피'로 꼽히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부장)다.

김기백 펀드매니저는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매크로가 급변한다면 이런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기업을 추려서 투자하면 된다"며 "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바뀐 매크로에 대응할 포트폴리오가 짜여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기백 매니저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무기로 독보적인 투자 철학을 고수한다. 그는 성장과 가치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스스로를 두지 않는다. 그의 커버리지에 있는 800여개의 종목을 매일 살펴, 탄탄함을 기본으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

그는 스스로를 나서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본인의 인사이트가 확고한 주제에 대해서는 표현에 거리낌이 없었다.

김기백 매니저는 "이차전지, AI, 로봇 등 테마주로 주목받은 섹터는 자금 조달에 명운이 달려있는데, 고금리 상황은 이들에게 불리하다"며 "이런 종목에 비중이 높기에 불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는 고금리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순현금자산이 풍부한 기업,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 등 주당 가치가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시장에서 소외되어 보이는 종목이더라도, 주가는 언제나 실적을 반영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10여년 전부터 매일 두 건의 기업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쌓인 진행한 미팅 횟수는 2천500회, 만난 기업의 수는 1천100여곳에 달한다. 그는 후행 지표인 매크로의 숫자가 나오기 전, 방문하는 기업에서 공통점을 찾아 매크로의 변화를 체감한다. 고용지표는 방문하는 기업의 채용 상황으로 읽고, 생산이나 소비의 위축은 공장의 생산 시스템의 변화로 예측한다.

김기백 매니저는 본인의 포트폴리오에 현재는 담기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꾸준히 리서치한다. 실적, 재무 상태, 이슈에 이르기까지 매일 700~800개에 이르는 기업의 정보를 관리한다. 사람들은 그의 성실함을 두고 '요령을 모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험에 숫자가 더해지면서 '준(準)매크로 수준의 보텀업 리서치'로 쌓아 올린 유니버스는 경영의 흐름을 꿰뚫는 투자 인사이트가 됐다.

올해 그가 집중하고 있는 이벤트는 중견기업의 승계와 주주환원이다. 산업화를 이끌어왔던 중견기업의 창업주는 지난 50년간의 경영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나이가 됐다.

오너가는 2세대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다.

이는 멈춰있던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백 매니저는 "주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창업주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 2세대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의 시각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책에 더해, 신사업을 욕심내는 2세대가 기업의 청사진을 보여준다면 가치주로서의 매력에 성장주의 메리트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기적으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기업은 이미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연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의 배당 제도 개편이 더해지며, 이미 주주가치 제고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김기백 매니저는 "그간 배당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3개월 이상 리스크를 짊어져야 해 제대로 된 '배당 모멘텀'이 없었다"며 "금융위의 제도 개편으로 배당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내년 주총 시즌에는 주주환원 정책에 주가가 반응하는 첫 모멘텀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은 반세기 안에는 다시 오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김기백 펀드매니저는 이러한 흐름을 대부분의 투자자가 알아채지 못했다고 봤다.

김 매니저는 "대다수의 투자자는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며 "컨퍼런스 콜, 매크로 지표, 실적 등 비대면 정보에서는 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이 현장 탐방에서는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기백 매니저의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는 '한국투자중소밸류'다. 김기백 매니저의 운용 스타일이 변동성 관리에 능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시기가 2016년도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김기백 매니저의 한국투자중소밸류는 10%에 육박하는 수익률로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는 이 펀드에서 2008년 이후 단 한 해를 빼놓고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KINDEX에서 ACE로 간판을 바꾼 한투운용이 내놓은 첫 라인업에도 김기백 매니저가 책임운용을 맡은 '한국투자ACE차세대가치주 액티브'가 포함됐다.

ACE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크레버스, 세아제강지주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종목을 주로 편입했다. 타사의 주주가치 관련 펀드가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변동성에 노출된 것과 대비된다.

한투운용의 ACE ETF 수익률에 따르면, ACE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상장 후 8.35%의 수익률을 보였다. 기초 지수가 그간 2.18% 빠진 것을 고려하면, 초과 성과는 10.35% 수준이다.

김기백 매니저는 "주주환원과 관련한 컨셉은 한국에서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도 변화, 승계,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에 올라탈 수 있고, 넓은 커버리지로 변동성을 낮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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