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미국 국가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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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8월 1일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세계 경제 패권국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거버넌스의 부식(erosion of governance)'을 등급 조정의 이유로 내세웠다. 6월 초 극심한 진통 끝에 '국가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불협화음을 문제로 지목한 것이다.

12년 전인 2011년 8월 5일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같은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춰 현재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압박했다. 시한인 8월 2일 극적으로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됐지만, S&P는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해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밀어붙였다.

미국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도 이를 집행하려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의회는 백악관과 협의해 부채한도를 결정하는 체제를 191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미국 내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2011년과 2013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지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격기도 했다.

피치의 등급 강등 조치 이후에는 세계 3대 신평사 중 무디스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여차하면 미국의 신용등급 자체를 강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디스는 재정 건정성과 높은 금리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부채상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벼랑 끝 전술', 9월 말 임시예산안을 통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은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의 해임, 임시예산안 시한(11월17일)을 앞두고 또다시 거론되는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가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가 이미 지난달 1일 시작한 상황에서 예산안과 관련 파국을 피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내년 2월까지 쓸 또 하나의 임시예산안을 제안했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한 데다 공화당 내에서도 일부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이 빠지고, 내년 두 번의 셧다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슨 의장의 예산안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강경 보수 계파인 하원 프리덤 코커스(House Freedom Caucus)의 스콧 페리 의장은 "재정의 무책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원과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어줄 법안을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소셜미디어 X에서 밝혔다.

미국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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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강등 조치 후 시장에선 '미국 재무부 채권은 '안전'하지 않다(U.S. Treasury bonds are not 'safe')'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채에 붙는 꼬리표인 '최우량'과 '안전'에 모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인데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미국채 10년물의 가치는 약 3분의 1이 하락했고, 장기 국채 전반에 대한 손실은 절반에 달하는 실정이다.(2023년 11월 12일 15시 33분 송고된 '누적된 투자 손실에 무디스 강등 우려 부각…'미국채 안전한가' 제하 기사 참조.)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해 미국의 국가 신용도에 대한 불안을 키울 경우 미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채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변화하면서 금리 급등을 촉발하고, 이것이 외환시장의 변동성까지 대폭 확대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치권의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이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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