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보험개발원이 달라졌다. 지금은 업계 싱크탱크면서 대관이자 컨설팅"

지난 15일 중구 한 호텔, 보험개발원이 주최한 '금감원장 초청 보험사 CEO 주제 강연'에 참석한 한 보험사 대표는 보험개발원을 허창언 원장이 오기 전과 후로 비교했다.

수년째 CEO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매번 역할론에 시달렸던 보험 유관기관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금의 보험개발원은 어느 곳보다 제 몫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히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실손보험 간소화법 통과가 대표적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가 절차 개선을 권고하고 이후 관련 법안의 계속된 발의에도 개인정보 유출 등 정치권 논쟁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입법 절차가 통과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허창언 원장도 여러 차례 여야 의원실을 찾아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의 진의를 설득하며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가 보험감독국장을 거쳐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2013년부터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이 탄력받기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그 필요성과 세부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개발원을 전산화한 환자의 정보를 통제할 기관으로 선정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10만개의 의료기관과 30개의 보험회사가 각각 정보를 주고받으면 300만개 이상의 연결이 필요한 만큼 중개 기관을 통한 정보 전송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현실에서 시행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도 많아 보험개발원이 중개기관으로 선정되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한 보험사 대표는 "보험개발원을 중개기관으로 두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고, 법의 협의체에 근거를 두고 있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전 국민의 편의성이 달린 문제다. 하루빨리 (보험개발원이) 중개기관으로 선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 보험개발원이 데이터 시장에서 보인 성과도 만만찮다.

보험개발원은 경미한 차 사고에 대한 보험금 누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자, 경상환자 진료량과 경미 사고 부상자 임상진료지침 등 모럴해저드 관리에 발 벗고 나섰다. 통계 작업에 활용하는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 진료량 정보를 확대해 과잉 진료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인 보상정보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경상환자 진료량 종합평가시스템을 대물 수리비 정보까지 확대하고, 대한의학회에 등록된 자동차 경미 사고 부상자 임상진료 지침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 것도 대표적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 보상 직원들이 사용해온 'AOS알파'를 정비공장과 일반 보험 소비자에게까지 개방했다. AOS 알파는 사고 차량의 사진을 보고 부품 종류, 손상 심도 등을 스스로 판독해 예상 수리비를 자동으로 산출해주는 시스템으로 지난 2020년 보험개발원에서 개발한 뒤 보험사에 보급한 시스템으로 업계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허 원장은 취임 이래 보험개발원이 보유 중인 각종 보험 정보와 타 기관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상품개발은 물론 고객관리, 채널분석 등 부문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 것으로도 회자하고 있다.

보험 정보와 은행 등의 금융정보를 결합해 소득 수준별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노후소득 부족 시 장수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과거 은행에서 감사로 재직했던 허 원장의 아이디어였다.

실제 사용패턴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는 UBI 보험상품이 계약자별 보험료를 차등화할 수 있도록 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상품 개발을 돕고 있는 것도 보험개발원이다.

비단 국내만은 아니었다. 보험개발원은 베트남에 한국식 보험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전파해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보험사, 유관기관 등과 협력해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네트워크 확대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돕겠다는 게 보험개발원의 취지다.

재난안전의무보험 종합정보시스템 등 보험산업 업무 전반의 효율화를 위한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온 보험개발원은 연말이면 민간뿐만 아니라 의무 보험과 같은 국가 보험까지 관리하게 된다.

또 다른 보험사 대표는 "최근 1년 새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은 물론 각종 통계와 같은 데이터 공유, 상품 개발 컨설팅, 업계별 요율 산정 정리 등 보험개발원이 주축이 된 현안이 많았다"며 "보험산업을 오래 알고 지켜봐 온 수장이 온 뒤 보험개발원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허창언 신임 보험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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