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위기 때마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똘똘 뭉쳤다. 코로나19로 시장이 휘청일 때도,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증권사들이 흑자 공포에 휩싸일 때도 협회가 있었다. 업계의 의견을 당국에 전달하고, 문제 해결사를 자처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역사는 70년에 달한다.

이창화 금투협 자산·부동산본부장(전무)은 24일 "현대 자본시장의 역사를 협회가 함께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선배들이 자본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은 진짜 존경스럽다"며 70주년을 맞은 금투협인으로서 소감을 전했다.

이 전무는 "다만 안타까운 점은 제조업은 세계적 강국이 됐지만, 우리 금융과 투자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며 "진짜 선진시장으로 탈바꿈하려면 아직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초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된 조직 개편에서 임원 중 유일한 전무다. 자산·부동산본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산운용사가 325개, 부동산 신탁사가 14개사"라며 "정회원이 403개인데 회원사 숫자로는 우리 본부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들이 대형사 중심으로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균형 발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펀드야말로 국민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다 보니 공모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부진하기 때문에 공모펀드의 단점을 좀 보완할 수 있는 정책들 당국에 건의 중"이라며 "공모펀드와 관련해서 정부 방침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문제가 되는 주식시장 쏠림의 해법으로도 펀드 투자를 통한 '개인의 기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주식시장에 개인 비중이 높다 보면 테마주 쏠림이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너무 성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쏠림 현상이 원인인 만큼 배당 활성화 등 성장주 이외에 투자 활성화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 투자자도 펀드로 투자하면 기관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며 "고배당 펀드나 ETF는 배당률이 분배금이 6% 넘는 것들도 있다"고 추천했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

 


고려대 경제학과와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를 거친 이 전무는 지난 1995년 증권업협회에 입사, 협회와 연을 맺었다.

지난 2009년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가 합병해 탄생한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율 규제기획팀장을 맡았다. 이후 기획실장과 경영기획본부장,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자본시장혁신과제 추진TF(태스크포스) 단장, 증권·선물 부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 전무는 과거 입사했던 증권협회에 대해 "증권사가 국내에 30개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지금보다 역동성이 떨어진 시장이었다"며 "최근에는 그때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자본 시장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생겼고 협회의 일도 매우 많아졌다며 협회 위상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기간 협회에서 업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기업에 남는 일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급격하게 출렁거렸을 때라고 회상했다.

이 전무는 "코로나19로 2주 만에 주가 30% 빠지면서 ELS(주가연계증권) 해지하는 대형 증권사들이 증거금 납부에 휘청대고 엄청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와 논의하면서 당국에 제안하고 그걸 또 빨리 시행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 제도로는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자본에는 국경이 없고 우리나라가 지금 해외 투자해서 돈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며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외국인들도 국내 투자가 늘어야 하는 데 최근에 줄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공매도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금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연금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손해 볼 확률이 낮다"며 "10년이 넘는 장기 투자 펀드가 손실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인식이 잘못돼 있기 때문에 당국도 적극적으로 연금으로 투자할 때 주식 등 실적배당 상품으로 들어올 수 있게 규제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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