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메리츠화재에 이어 삼성증권이 회사 살림을 책임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을 내세웠다.

업계 내로라하는 대형사들이, 연이어 관(官) 출신 CFO를 선임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예전과 달라진 CFO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경영지원실장에 선욱 전무를 선임했다. 이로써 선 전무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중현 부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CFO 직을 수행하게 됐다.

선 전무는 올해 메리츠화재로 이직하며 이미 관가에서 화제가 됐던 '에이스 중 에이스'다.

행정고시 44회로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과, 기업구조조정지원팀, 공정시장과, 산업금융과, 행정인사과 등 주무 부서를 모두 거쳤다. 일찌감치 그를 두고 정무직을 할 후배로 손꼽았던 선배 다수가 그의 이직을 말렸을 정도다.

메리츠화재는 이직 1년 차인 그를 CFO로 선임하며 그의 쓰임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오랜 시간 메리츠화재를 이끌어온 김용범 부회장의 뜻이 크게 담겼다는 전언이다.

보험사에서 CFO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IFRS17과 IFRS9 도입 이후 CFO는 보험사의 현재와 미래의 경영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

실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새 회계제도를 두고 많은 보험사는 CFO 출신 CEO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리츠화재를 새롭게 이끌게 된 장원재 부사장을 비롯해 삼성생명을 이끌어온 전영묵 전 삼성생명 사장,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등 수년간 업계를 이끌어온 수장들 모두 CFO 출신들이다.

삼성증권은 얼마 전 박준규 삼성생명 부사장을 CFO로 선임했다. 여기에는 삼성생명에서 함께 건너와 내년부터 새롭게 삼성증권을 이끌게 된 박종문 신임 사장의 의지가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박 사장과 박 부사장은 올해 삼성생명에서 손발을 맞춘 이력이 있다.

금융경쟁력제고 TF(태스크포스)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지내며 일찌감치 그룹 내 키맨으로 성장한 박 사장은 올해 초 생명으로 이동, 자산운용 부문을 이끌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그 아래 소속된 자산운용전략팀을 이끌며 박 사장과 손발을 맞춰왔다.

행정고시 41회인 박 부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한미교육위원단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었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코노미스트 파견 근무를 마치고 외신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삼성 그룹으로 이직한 것은 지난 2016년의 일이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 상무로 이동한 그는 2018년부터 삼성생명에 몸담았다. 자산PF운용, 전략투자, 해외신성장 등 주로 해외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며 글로벌 인재임을 증명해왔다.

선 전무와 박 부사장 모두 관가에서 내로라했던 경제관료였다는 점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달라진 CFO의 위상을 재차 실감하고 있다.

과거 재무 담당 임원은 숫자와 계산에 해박한 인사들의 자리였다. 하지만 현재는 달라지는 매크로 환경과 정책 제도, 그리고 외부 네트워크를 통한 빠른 정보력과 이에 대한 판단까지 모두를 필요로한 자리가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삼성, LG, GS 등 대기업들도 재무 라인을 내세워 CEO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중은행만 봐도 재무 라인이 그룹의 CEO 코스가 되지 않나. CFO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왼쪽부터) 선욱 메리츠화재 전무·박준규 삼성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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