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신년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개장식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관련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올 한 해 활황장을 기원한다.

윤 대통령은 국립현충원 참배 등 연초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정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첫 대외 일정으로 증시 개장식을 선택했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에도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이런 이례적인 행보는 그동안 정부가 계속해서 내놓은 투자자 친화적 정책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선물 보따리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상품 투자로 발생하는 소득이 5천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 시 25%)를 분리 과세하는 게 골자인데, 이를 폐지해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산이 많은 일반 투자자도 세금 가시권에 들수 있다. 최소로도 15만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공매도의 불공정, 불법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한 명분의 한시적인 조치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세금 때문에 연말마다 어쩔 수 없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던 대주주에 부담을 덜어주고, 대주주발 매물 폭탄에 따른 시장 변동성도 완화하기 위해서다.

총선용 선심성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을 보면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이 자본시장 발전에 있다는 이번 정부의 생각은 명확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4.1.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ihong@yna.co.kr


특히 개장식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다. 계층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투자 분야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투자를 계층 간 사다리를 뛰어넘을 기회로 본 게 눈길을 끈다. 사실 주식은 소액으로 할 수 있는 국민 재테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국내 주식으로 한정해보면 기업에 대한 정보, 매매 접근도 쉽고 현금화도 편하다. 지난해 에코프로와 같이 주식을 매수한 후 10배의 이익을 얻는 텐버거(Ten Bagger)도 등장했다. 주식 투자가 '돈놀이', '실패하면 투기 성공하면 투자'라는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주식투자인구 1천440만명 시대를 열었다. 2022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는 1천441만 명으로, 2018년 561만 명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 4명 중 1명은 주식 투자자인 셈이다.

13년 만에 인가받은 모바일 기반 증권사 토스증권의 김승연 대표는 신년사에서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토스증권은 후발주자로 어떤 다른 증권사보다 세상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야 한다.

"국내 유권자 3명 중 1명은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입니다.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은 점차 커져 중장기적으로 50%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외 주식 시장의 성장성은 유독 두드러집니다. 5년 혹은 10년 후, 유권자 2명 중 1명이 투자하는 그때, 주식매매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변화를 읽고 지금부터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모바일 증권사의 야심 찬 신년사가 아니더라도, 늘어나는 잠재 주식투자자의 청사진은 누구나 그려볼 법한 장밋빛 이야기다. 대통령이 거래소를 찾아 한 해의 개장을 함께한 것만 봐도 충분하다.

유권자의 절반이 주식투자를 하는 때가 다가온다. 그동안 숱한 정부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외쳤지만, 다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 반복된 되풀이 과정 속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지만, 아직도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40억 명의 세계인구가 선거를 한다는 올해, 포퓰리즘 포장지에 싸여 있더라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더 많은 선물 보따리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4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