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하루 전 SEC 소셜미디어 계정 해킹으로 '가짜 뉴스' 소동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미국 증시에서 제도권 자금을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 셈이다.

 

거래 첫날인 11일에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코드 GBTC)를 비롯해 총 11개 현물 ETF에 수요가 몰리면서 총거래 규모가 46억달러(약 6조원)에 달했다. 현물 ETF를 상장한 자산운용사는 그레이스케일 외 블랙록(IBIT), 아크인베스트먼트(ARKB), 위즈덤트리(BTCW), 인베스코 갤럭시(BTCO), 비트와이즈(BITB), 반에크(HODL), 프랭클린(EZBC), 피델리티(FBTC), 발키리(BRRR), 해시덱스(DEFI) 등이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 현물 시세에 연동해 가격이 변동하는 상품이다. 선물 ETF가 파생상품 성격을 띠는 것과 달리 현물 ETF는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다. 이르면 올해 5월엔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물 ETF 상장 첫날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여 만에 4만9천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개당 6만9천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사태 등을 거치며 2022년 11월 1만5천466달러까지 추락했다가 현물 ETF 승인을 앞두고 이후 1년여간 무려 200%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과거 금 가격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 가격은 2004년 ETF가 도입된 이후 7년간 4배 이상 올랐다. 더욱이 올해 4월부터 비트코인 채굴 보상은 6.25BTC에서 3.125BTC로 줄어든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변화를 목도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당분간 대응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개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관련 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해외 상품투자는 물론 국내 현물 ETF 상장 등도 가능하다.

당국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이어 선물 ETF 거래 중단에 착수한 데 이어 관련 시세 노출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트코인의 투자 위험성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ETP(ETF를 포괄하는 상위개념)만 승인한 것일 뿐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승인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에선 ETF로 거래하면 운용수수료를 내야 하고, 해외 투자에는 환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물론 중국에서 가상자산의 거래를 규정하고 디지털 화폐 발행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자산의 법률적 정의와 이용자 보호 등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7월에나 시행된다. 시장 질서를 담은 법안은 2단계 입법 과제로 분류돼 있다.

이런 혼란 속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 총재는 "비트코인이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변동성을 보면서 비트코인 ETF의 안정성이 있는지 실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마냥 손 놓고 기다릴 게 아니라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해 관련 법·규정이 미비한지,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이진 않은지 더 적극적으로 따져보고 대응해야 한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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