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외환 사업에 뛰어든 토스뱅크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선택했던 행사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선 토스뱅크의 경영진들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팀 쿡 같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단연 하나금융그룹의 트래블로그를 겨냥한 승부수였다.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트래블로그는 MZ세대를 공략하며 하나금융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보기 힘든, 그것도 그간 등한시됐던 외환 비즈니스에 리테일 사업을 접목한 성공사례였다.

트래블로그의 성공은 과거 국내 외환거래의 대부분을 주도했던 옛 외환은행, 지금의 하나은행이 보유한 저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나카드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체크카드와 보험상품, 그리고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 외환 사업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는 제도권 금융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환전 수수료 무료 시대를 연 하나금융 탓에 주변 시중은행, 카드사들은 바빠졌다. '살 때'만 무료이던 환전 수수료를 토스뱅크가 '팔 때'도 무료로 만들면서 후발주자 운신의 폭은 더 좁아졌다.

'평생 무료'라는 타이틀을 내건 토스뱅크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여·수신과 체크카드 사업만 해오던 토스뱅크가 외환시장에 뛰어들 때는 혁신이 필요했을 테고, 기존 금융권과 맞서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필요충분조건일 법하다. 지금의 토스뱅크를 있게 한 간편송금 시장에서도 토스는 그렇게 컸다.

전통적으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외환 사업은 이윤을 크게 남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리테일 영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외환시장의 움직임 상 은행마다 다른 고시 환율과 타이밍, 그리고 조정률로 어느 정도의 업무 원가는 채울 수 있다. 이미지 싸움일 뿐, '평생 공짜'가 주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도 역마진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토스뱅크는 이에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답했다. 반대 방향의 사업을 확장해 비이자이익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역시나 미끼다. 하지만 체리피커는 생기기 마련이다. 숱한 '국민 카드'들도 그렇게 사라졌다. 영업 비밀이라고 언급한 지속 가능한 구조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스뱅크에 이번 외연 확장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올해 토스뱅크의 모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이미 시장에서는 15~20조 원의 몸값을 내다본다. 기대대로라면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견주는 대형 금융지주의 탄생이다.

이미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 시가총액 지형도는 달라졌다. 시가총액 12조원을 돌파한 메리츠금융지주가 하나금융을 넘어서며 3위 금융지주로 도약했다. 카카오뱅크까지 떠올리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총수 일가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절반이 쓴다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3조 원을 웃돈다. 그리고 잠시 잊혔던 케이뱅크도 올해 IPO 재도전을 예고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그리고 토스뱅크는 타이밍이 좋았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모두가 혁신에 목말라 있을 때, 이들은 은행이라는 라이선스를 얻었다. 하지만 사업의 저변이나 자산의 건전성은 여전히 기존 금융권에 견주기 힘들다. 플랫폼에 기반한 영업이 초고령사회, 인구 절벽을 만나 얼마나 더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이들의 과제다.

업권의 벽을 허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제2금융권에 인터넷전문은행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여전히 종합지급결제업을 외치는 카드사, 아직도 법인 지급결제를 희망하는 증권사, 요양사업과 상조업 진출에 목마른 보험사들은 혁신이란 이름으로 라이선스를 얻는 길이 여전히 쉽지 않다.

"배당이 시총을 쌓는 시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한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는 엑시트를 고민하며 이렇게 말했다. 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몸값을 높게 쳐주는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다. 전쟁만 나지 않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은행도 파산하는 시대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소형 은행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묵직했다. 은행이란 이름의 값어치다.

시가총액은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숫자다. 그래서 궁금하다. 앞으로 자본시장에 등장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얼마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까. 은행이란 이름의 면죄부는 옛말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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