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CB 전환주식 고가 매도했다가 금융당국에 '덜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코스닥 기업의 자금 공급 노릇을 톡톡히 해온 전환사채(CB) 시장의 건전성이 대폭 강화된다.

 

지난해부터 CB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집중 단속해온 금융당국은 올해도 추가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CB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CB는 약 5조6천억 원이다. 이 중 99%는 사모 형태로 발행됐으며, 74%가 코스닥 상장사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할 수 있고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 없어 발행이 쉬운 데다, 저금리 시기 풍부한 유동성과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닥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에도 CB 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한차례 제도개선을 단행했다.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모 발행에 따른 투명성이 낮고, 불합리한 리픽싱, 최대주주 이익 편취와 같은 문제점이 지적받아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CB 발행과 유통단계에서의 정보 제공을 강화해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우선 CB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할 때 구체적인 행사자와 함께 대가 수수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일부 발행기업이 콜옵션을 최대주주에게 헐값으로 양도하는 사례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발행회사의 만기 전 CB를 취득할 때도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투자자들이 해당 CB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기 전 취득 사유, 소각이나 재매각과 같은 향후 처리 방법도 공시해야 한다.

전환가액의 조정(리픽싱)도 합리화된다.

현재는 시가 변동을 반영한 리픽싱에 따른 과도한 지분가치 희석을 방지하고자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주총 특별결의나 정관에 구체적인 사유를 정하며 예외적으로 70% 미만으로도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

당초 경영정상화 등 불가피한 사유가 해당될 경우를 위한 예외 조항이었지만,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해 자금조달, 자산매입 등을 위해 과도하게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금융위는 정관에 의한 리픽싱 최저한도 예외 적용 근거를 삭제하고, 주총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예외 적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을 방지하고자, 증자나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이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그밖에 사모CB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을 명확하게 하고자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반영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사모CB의 전환가액 산정시 청약일이 아닌 '실제 납입일'의 기준 시가를 반영토록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고자 하위 규정개정을 통해 가능한 사항은 상반기 내 마무리 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사모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집중조사 계획 발표 이후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 진행했다.

이중 총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33인을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다.

14건 중 10건은 허위 보도자료 등을 통한 주가 부양 후 사모CB 전환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는 방식을 악용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금융위는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 다수 연루, 허위의 바이오사업 등 테마주 투자심리 악용, 상장폐지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초래 등이 대다수였다"며 "조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신속 처리하는 한편, 사모CB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해서 발굴·조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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