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MG손해보험을 이끌던 신승현 전 대표가 벤처캐피탈(VC) 대표로 변신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핀테크 그룹 창업자로, 그리고 최연소 보험사 CEO에서 다시 프라이빗에쿼티(PE)를 운영하며 전통금융과 혁신금융을 오가던 그가 VC 업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신승현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산업의 쇠퇴와 혁신의 도입이 맞물리는 국면에서도 금융산업은 진화할 것"이라며 "데일리파트너스를 통해 진화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변화를 선도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 대표는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VC로 잘 알려진 데일리파트너스의 기존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그간 데일리파트너스를 이끌어온 이승호 대표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해 사실상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대표와의 인연은 애널리스트 시절로 올라간다. 당시 신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금융업종과 제약업종에서 산업 출신의 확고부동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여의도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승호 대표는 서울대 제약학과를 나와 LIG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을 거쳐 2018년부터 데일리파트너스를 맡았다. 그가 이끄는 동안 100억 원 남짓이던 운용자산(AUM)은 현재 4천억 원을 웃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바이오 업계 선수들 사이에선 꽤 이름있는 VC다. 박셀바이오, 제이시스메디칼, 티앤날바이오팹 등 내부수익률(IRR) 100%가 넘는 회수사례도 부지기수다. 일찌감치 이곳을 알아본 초창기 주주에는 '은둔의 고수'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도 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신 대표와의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된 후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바이오·제약 전문 VC가 금융이라는 이종산업을 만나 다양한 신사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권에서 신 대표의 이력은 화려했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시라큐스대 MBA 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활동했던 그는 보험계리사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타워스왓슨으로 옮겨 금융 부문 컨설턴트를 담당했다. 이후 둥지를 튼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다. 금융업을 담당하며 보낸 5년간 한 번도 빠짐 없이 금융업 1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보험 부문에 대한 예측은 날카롭기로 유명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가 쓴 보고서에는 2위권 보험사들이 업종 주도주가 되리란 전망과 함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DB손보가 톱픽으로 손꼽혀 있었다.

그러던 그가 창업을 결심하며 설립한 데일리금융그룹은 코인원을 시작으로 쿼터백, 아이콘루프, 솔리드웨어, 코드에프, 브로콜리, 뱅크샐러드, 피플펀드 등 금융혁신을 주도할 핀테크 기업 16개를 무섭게 설립하고 인수했다. 투자를 단행한 기업도 12개나 됐다. 당시 그가 설립하고 투자한 기업들은 암호화폐 주요 플레이어가 된 코인원을 비롯해, 블록체인, 머신러닝, 간편결제, 핀테크서비스 등 각 영역에서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데일리금융그룹은 KPMG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핀테크기업에 선정됐다. 산업 기조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오랜 시간 금융회사의 가능성을 평가했던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신 대표는 4년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업계를 위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그는 보험 전문가의 역량을 살려 KDB생명 인수단장과 MG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당시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중 공인회계사와 보험계리사, 미국 보험계리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신 대표가 유일했다. 혁신의 영역에서 제도권,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산업으로 평가받는 보험사에서 그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꿈꿨다.

2년이 지난 지금, 파운틴헤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다수의 금융기관 M&A에 참여한 후 그는 다시 혁신을 꿈꾸며 데일리파트너스에 자리잡았다. 조만간 파운틴헤드PE는 데일리파트너스와 합병해 몸집을 더 키울 예정이다.

오너 경영체제로 돌입한 데일리파트너스는 그간 VC 체제 중심의 경영에서 PE 부문의 사업을 더 확장할 예정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금융과 핀테크가 있다.

신 대표는 "증권사나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산업 성숙기에 대한 우려를 차별화된 운영역량과 web 3.0 기반의 미래금융,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을 통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투자를 통해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재보험이나 보험대리점(GA), 자산관리업 등 비효율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간 관심에서 소외되었던 영역에 대해서도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투자 아이디어로 성과로 도출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그는 기존 제도권 금융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더 이상 자체 생존이 어려운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기관과 연계된 성장모델에 집중해야 한다"며 "전통 금융기관도 미래 성장을 위한 고민에서 봉착하게 될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와 실행력의 한계를 외부에서 보완할 수 있는 열린 접근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생 시너지를 차별화된 경험과 전문성으로 창출해 금융 산업의 진화를 주도할 투자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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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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