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빅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소개하며 막을 올린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당시의 착각은 미국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었다.

최근 뉴욕커뮤니티뱅크(NYCB)가 상업용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은행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NYCB의 문제가 해당 은행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다.

문제가 처음 포착된 시점은 지난달 31일이었다. NYCB가 작년 4분기에 2억6천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40% 폭락했다. 한해 전인 2022년 4분기에 1억9천9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던 NYCB가 갑자기 큰 손실을 낸 원인은 상업용부동산 가치하락에 따른 1억8천500만달러 규모의 상각 때문으로 밝혀졌다. 며칠 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NYCB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춰 정크등급(Ba2)으로 강등했다.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선 즉시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권의 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SVB의 파산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운용자산인 미국 장기채와 주택저당증권(MBS) 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SVB의 미실현 손실이 보유 현금보다 더 크다는 소식이 퍼지며 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났다.

NYCB의 손실 역시 운용자산인 상업용부동산 가치의 하락 때문에 발생했다. 최근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공실률 급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2.25%였던 미국 내 상업용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올해 4.5%, 내년 4.9%로 높아질 전망이다. 작년에 만기가 도래한 358억달러의 오피스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증권(CMBS) 중 전액 상환된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대출자들이 재융자를 받거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이런 상황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지 여부인데,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과 일본 아오조라은행의 경우 미국 상업용부동산 부실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이유로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또 미국 중소은행의 상업용부동산 대출비중이 28.7%로 대형은행의 6.5%를 큰 폭 웃도는 가운데 뉴저지주 밸리내셔널뱅코프 등 미국의 지역 중소은행이 불안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해 미국 상업용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은행위기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저널은 "은행이 미국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절반을 취급하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할 때까지 대출 건전성이나 대출 대상 건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2024년 2월13일 8시 47분 송고된 'WSJ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시작에 불과…MBS가 시사하는 것"' 제하 기사 참조.)

미국 정부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이 문제(상업용부동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하는 등 시장 불안감을 진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SVB를 비롯한 지역은행 파산 이후 마련된 은행들에 대한 긴급대출 프로그램인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가 종료되면 위험이 재차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아직 시장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BTFP가 예정대로 오는 3월 11일에 종료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설 연휴 기간 중인 지난 12일 우리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내역을 점검하고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 규모가 총자산 대비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는 당국의 원론적인 입장은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 당국 설명대로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돌발변수에 적극 대응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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