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가 추이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잇달아 국내 금융주를 처분하고 있다. 주가가 정책 기대감에 치솟은 가운데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주요 금융주 투자자인 외국인이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 산하 킹스맨 인베스트먼츠가 KB금융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수요예측을 지난 14일에 마무리했다. 칼라일 측은 KB금융 지분 1.2%를 총 3천260억원에 정리하게 됐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신한지주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4천억원 이상의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칼라일과 어피니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의 운용자산은 자그마치 4천260억 달러(약 568조 원)에 달한다. 홍콩계 사모펀드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는 어피니티는 140억 달러(약 19조 원)을 굴리고 있다.

칼라일이 KB금융에 투자한 시점은 3년 반 전이다. 지난 2020년 6월, 킹스맨 인베스트먼츠를 통해 KB금융지주가 발행한 2천400억원어치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칼라일이 국내 금융사에 투자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EB란 발행회사의 자사주 등으로 교환 가능한 채권을 뜻한다.

당시 칼라일은 KB금융 500만주로 교환 가능한 EB를 사들이며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자금이 필요한 KB금융지주를 지원했다. 이자지급이 없는 EB를 보유하는 대신 주당 4만8천원이라는 행사가격을 보장받았다.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아진 시점에 매도하면 투자 차익을 얻는 구조다.

어피니티가 신한금융지주를 지원한 시점도 2020년이다. 그해 9월 어피니티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와 함께 신한금융에 1조1천58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때 어피니티가 신한지주 주식 6천억원 가량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는데, 글로벌 사모펀드를 전략적 투자자로 맞아들인 것은 처음이었다.

수년 전 국내 금융지주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글로벌 사모펀드가 올해 연달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배경은 금융업종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해석된다.

연합인포맥스 업종현재지수(화면번호 3200)에 따르면 금융업지수는 한 달 새 20%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0% 이상 치솟았고, 신한지주는 20% 가까이 올랐다. 하나금융·메리츠금융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금융주 주가가 치솟은 배경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됐는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같은 달 24일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는 게 골자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안으로 나올 예정이다.

코리아 밸류업 기대감으로 인해 투자자가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금융주를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밀어 올렸고, 지분 매각 타이밍을 재던 글로벌 사모펀드에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어피너티와 베어링은 현 주가 수준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한 듯하다"며 "칼라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장은 향후 다른 글로벌 기관도 금융주 매각을 진행할지 눈여겨보고 있다. 어피니티와 함께 신한지주에 투자한 베어링이 5천억원대 물량을 보유 중일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주의 주요 주주 중 외국계 기관이 많아서다.

연합인포맥스 기업정보종합(화면번호 8002)에 따르면 KB금융 주식은 국민연금에 이어 블랙록과 프랭클린이 대량 보유하고 있고, 신한지주 주식은 블랙록·라자드·BNP 파리바 등이 대량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웰링턴 등이 대량 보유 중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로 윤곽을 드러낼 디테일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외국인이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외국인이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한 뒤 투자 결정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금부터가 본 게임 같다"며 "정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가이드라인의 구체성 및 실효성 등에 따라서 외국인은 움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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