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KT&G 건물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지만, 또 다른 자문사 ISS는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하며 의견이 갈렸다.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이 KT&G 이사회 행보에 제동을 걸 것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지분 6.31%를 보유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의 사장 선임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한국 대표 브랜드 '에쎄 체인지'를 출시했고, 글로벌 궐련(CC) 매출의 사상 첫 1조원 돌파를 이끈 공로를 인정한다"라며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풍부한 경험을 해온 점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선정하는 것은 논리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KT&G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선, "약 두 달에 걸쳐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됐다"라며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감독하에 복수의 서치펌 추천 및 공개 모집을 거쳐 합리적이고 철저하게 투명한 과정을 통해 사장 후보 선정이 이뤄졌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KT&G의 실적과 주가, 주주환원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10년 동안 동종업계 및 코스피 지수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으며, 양호한 장기 총주주수익률(TSR)을 달성했다"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특히, "주주환원책은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 준 분야"라며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들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환원하고 있으며, 정보를 시장에 명확하게 소통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과 한국ESG연구소도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KCGS는 "담배 산업의 엄격한 규제 환경, 후보가 현직 사장의 임기 만료로 인해 현재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라며 "방경만 후보를 선임하는 것이 회사 가치 제고에 보다 부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또 다른 글로벌 자문사 ISS는 현재 KT&G를 겨냥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뜻을 같이하며, 글래스루이스와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통합집중투표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대항세력 측 인사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손동환 후보를 지지하는 데 한 표를 모을 것을 권장한다"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제안한 인사에 힘을 실어주며, KT&G 이사회가 추천한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번 KT&G 주총은 통합집중투표제로 실시된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주주는 표를 한 사람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다.

ISS는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이 고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TSR이 동종업계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실적 및 주가 부진의 원인을 거버넌스의 후진성에서 찾은 셈이다.

이는 FCP의 의견과 같다.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 14일 주주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현재 KT&G 이사회는 부패한 상태"라며 "거버넌스가 개선된다면 시총은 오는 2028년까지 최대 4배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참고할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표 대결도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이다.

특히, 지분 6.3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지분을 일부 매각해 최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KT&G 이사 선임 등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KT&G 주주총회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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