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자 금융감독당국이 부실 사업장에 대한 빠른 정리를 재촉하고 나섰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가격 차이에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97%로 전년 말 대비 1.45%포인트(p) 급등했다.

가계대출은 1.53%로 전년 대비 0.62%p 올랐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4.31%로 2.08%p 상승했다.

특히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6.94%로 전년 대비 1.38%p 오르는 등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에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부실 사업장의 정리를 위한 경·공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금융 부원장보는 "원하는 가격과 시장 가격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이 맞아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경·공매를 강제할 순 없지만 매각 통로를 활성화하고 경매 절차를 개선해 이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감독당국은 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이도록 요구하면서 저축은행이 PF 부실채권을 빨리 정리하라고 압박해 왔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시장 가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저축은행업권 실적 설명회에서 "130원으로 평가되는 담보를 100원에 대출했고, 충당금을 쌓아 장부가를 70원까지 낮췄다"면서 "70원에 팔아도 50% 가까운 수준으로 매각하는 것인데 사실상 이 가격에 사는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거의 40~50원 정도에 사려고 기다리는 분이 많은데, 적절한 가격이라고 보긴 불편한 입장"이라며 "시장 가격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매각을 받아줄 시장이 충분하지 않은데, 시장을 확대해서 정리해나갈 수 있도록 하면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장성 있는 물건들은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에도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 부원장보는 "과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 수준이었을 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6~8%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4%가량 되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긴 어렵다"며 "이전엔 신용대출 중심으로 늘었지만, 지금은 개인사업자대출도 아파트담보이고, PF와 토지담보대출에서 연체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원장보는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해보면 대출의 담보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매각 노력이 있다면 고정이하여신 감축은 어렵지 않다"며 "충당금을 지난해 많이 쌓았기 때문에 올해 충당금 부담은 작년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PF 연체율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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