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그간 공격적인 전략을 견지해온 메리츠화재가 태영건설의 사업장에 금리 동결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금융회사의 과도한 금리 장사를 겨냥한 금융감독원의 행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PF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태영건설의 강릉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 관련 한도대출 계약 중 잔액 284억원에 대해 금리 동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은 강원도 강릉시 송정동 259 외 56필지에 관광숙박시설인 '신라모노그램 강릉'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이다. 지하 1층~지상 21층, 3개동에 호텔(322실)과 생활형숙박시설(783실)을 합쳐 1105실을 공급하고, 호텔신라의 5성급 호텔 브랜드인 신라모노그램이 적용됐다.

시행사 디오션259피에프브이는 사업을 위해 대주단과 3천600억원 한도의 PF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대주단에는 메리츠화재를 비롯해 흥국화재와 흥국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보험사와 교보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이 포함됐다. 신한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 키움캐피탈 등 캐피탈사도 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시공사는 태영건설이다.

메리츠화재는 차주와 1천7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으로, 분양 실적에 따라 중도금이 들어오면 대출한도를 차감하는 구조였다. 이곳은 선분양 사업장으로 분양률이 100%에 가까운 우량 사업장이다. 메리츠화재의 대출한도 역시 1천700억원에서 꾸준히 차감돼 현재는 284억원 수준이다.

다만 사업장은 공사비 상승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등 여파로 추가 공사비를 조달해야 할 사정에 처해있다. 사업장 공정률은 60% 수준이다. 이에 차주가 메리츠화재로부터 잔액(284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려는데, 메리츠화재가 기존 약정금리(5.8%) 또는 이보다 낮은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PF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가 태영의 강릉 사업장에서 남은 잔액에 대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PF 시장에서 메리츠가 보여온 행보를 보면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선 메리츠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메리츠금융은 그간 PF 시장에서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고수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메리츠금융은 롯데건설과 1조5천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며 선순위로 10%대 금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태영건설의 다른 PF 사업장에서 대주들이 태영의 워크아웃을 근거로 기존 대출약정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지하고 있어 메리츠의 사례가 더욱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발생했기 때문에 기존 대출약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메리츠의 결정은 다소 의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메리츠의 결정을 금융당국의 행보와 결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초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과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사업 등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전일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점검을 통해 PF 금리와 수수료가 대출 위험에 상응해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부과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참석했다.

PF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메리츠가 금리 동결이나 인하를 검토한 건 당국을 의식한 게 아니겠느냐"며 "다른 금융기관들 역시 당국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21 [공동취재]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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