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동향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달러-엔 환율 움직임을 바라보는 도쿄환시 참가자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폐지에도 달러-엔의 고공행진(엔화 약세)이 좀처럼 멈추지 않으면서 당국의 실개입 가능성이 커져서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151.860엔까지 상승해 작년 11월 13일 기록한 전고점 151.940엔, 당국 실개입이 있었던 2022년 고점 151.942엔에 바짝 다가섰다.

당국자들은 연일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에 경고 신호를 주고 있다. 일본 외환 당국의 수장인 스즈키 순이치 재무상은 26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환율)움직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장기 전망에 있어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01년 미국의 금리 인하로 미일 금리차가 축소된 후 달러-엔이 하락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차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중기 이상의 시계에서 달러-엔의 방향성은 분명 아래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최근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7.2%, 7월에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81.4%에 달한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7월 또는 10월이 거론되고 있다. 한쪽은 금리를 내리고 한쪽은 올리는 만큼 금리차는 축소된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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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매수)과 숏(매도) 세력의 대립 속에 단기와 중장기 전망이 엇갈리고, 당국의 경고 시그널까지 나온 달러-엔의 진로는 언뜻 '안갯속' 그 자체다. 그러나 과거 '미스터 엔'으로 불리던 도쿄환시의 구루(스승)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의 전망을 빌리면 명쾌하게 달러-엔의 최근 판세를 읽을 수 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일본 대장성에서 환율정책을 주도해온 인물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당시 공격적인 개입과 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쳐 '미스터 엔', '외환시장의 차르'란 별명을 얻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BOJ의 초완화정책 해제 후인 이달 2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엔 개입 레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55엔, 160엔은 약간 과도해 보인다. 만약 그러한 수준에 도달하면 그들(당국자들)은 아마 개입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당 80엔 수준의 극단적인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에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이에 앞서 올해 초에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OJ의 정책 전환과 그에 따른 달러-엔의 중장기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본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BOJ가 여름 이후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지도 모른다"며 "달러-엔 환율이 130엔 전후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달러-엔이 단기적으로 155~160엔 레벨을 테스트할 수 있지만, 좌절될 것이며 이후 130엔 수준까지 하락한다는 의미가 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꼽는 달러-엔의 트리거 포인트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가 될 전망이다. 이달 29일 예정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 결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끈질기다는 결과가 나오면 달러-엔이 152엔선을 상향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견해다. 다만 2월 PCE 가격지수가 나오는 29일이 성금요일이기 때문에 지표 발표 결과가 4월 첫 거래일에 나타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2월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0.4%, 근원 PCE 가격지수는 0.3% 각각 올랐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달 수치는 각각 0.3%, 0.4%였다.

한 베테랑 딜러는 "BOJ 건은 예상된 재료였기 때문에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며 "BOJ가 국채 매입 지속 등 완화적 통화 여건을 유지하겠다고 한 점을 기본으로 놓고, 미국의 PCE 물가 지표가 예상 밖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연준의 완화 시점이나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 달러-엔의 전고점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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