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자체 운용능력과 상품개발 능력의 배양 없이 무분별하게 해외 투자은행(IB)의 상품을 도입하고 판매하는 데만 열중하는 것이 현재 국내 업계의 현실이다. 현대증권 고객들을 금융상품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게 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이 FICC 분야에서 현재 가장 집중하는 것은 금융상품의 쏠림 방지다. '회사 자산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만을 고객에게 팔라'는 김신 사장의 지시 아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위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FICC 사업이 포함된 장외파생본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장윤현 본부장(상무)는 4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FICC 부문이 주력하는 것은 상품의 적시성과 함께 상품의 다양성"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의 고질적 문제점인 쏠림 현상으로부터 우리 고객들을 안전하게 지켜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이 쏠림 현상의 반대편으로 평가하는 대체 자산은 국제 원자재 분야다.

그는 "유럽에 대한 위기는 물론 중국 정권 이양 등 정치적 이슈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3분기 정도에는 세계적인 정치적 이슈들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결국 인도네시아나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성장이 지속되며 원자재 상품 시장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본부장은 "FICC 사업에서 발생하는 트레이딩과 세일즈 부문을 통한 단기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결국 FICC가 도.소매 부문에 대한 상품개발과 공급, IB부문 고도화 등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현 본부장(왼쪽)과 류상인 FICC파생운용부 부장. 장 본부장은 현대증권 리테일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뒤 지난 2010년 트레이딩본부장(상무)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장외파생본부를 맡았다. 류 부장은 지난 2006년 현대증권 금융공학팀에 합류한 뒤 2009년 FICC부장을 맡는 등 FICC분야의 사내 전문가로 꼽힌다.>



▲연말부터 FX.스와프데스크 운영 개시= 현대증권 장외파생본부 아래 FICC파생운용부와 FICC투자부, FICC세일즈부가 있다. FICC 사업을 맡고 있는 이 세 개 부서는 약 14명의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세 개 부서 중 가장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부문은 세일즈 부서다. 기존의 소극적인 상품 공급 역할을 벗어나 다양한 거래원과 보다 복합적인 구조화 거래가 가능토록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장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변동성 확대를 기회 삼아 크레디트북 한도를 증대해 본격적인 '트레이딩 앤드 세일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북셋팅을 마치고 경쟁사 대비 정교한 크레디트북을 통해 FTD(First-To-Default, 준거 자산이 되는 자산 가운데 첫 번째 부도가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신용위험만을 투자자에게 이전하도록 설계한 상품) 영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ICC파생운용부는 현대증권에서 상품개발과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파생운용부는 이자율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자율옵션데스크를 올해 초 가동했고, 특히 전략적으로 FX 데스크와 스와프 데스크의 인프라를 구축해 올해 연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 본부장은 "외환이나 크레디트 분야 등의 전문가들은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수요가 서로 맞을 경우 함께 일을 할 것"이라며 "홍콩 등에서 전문가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상인 FICC파생운용부 부장은 "외환의 경우 대고객 플로우 규모가 적고, 대형은행이나 해외IB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국내 증권사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극적인 의미에서도 '멀티 에셋'과 '멀티 스트레터지'를 통한 FICC 사업의 성과를 위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 필요성과 사업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FICC투자부는 플래인 바닐라 등 다양한 구조화상품의 투자를 통해 자본이익을 극대화하고, 또한 이런 경험을 축적해 자체상품 운용능력 확대와 상품개발에 원천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채권 출신 임원진, FICC 적극 지원= 현대증권은 최근 김신 사장이 부임한 이후 지난 5월에는 FICC부문의 국내 개척자로 꼽히는 성철현 전무(캐피탈마켓부문장)를 영입했다. 김 사장과 성 전무 모두 채권과 장외파생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채권쟁이'다.

성철현 전무는 "장윤현 본부장이 이끄는 현대증권 장외파생본부가 앞으로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장 본부장은 "최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선두 증권사들은 대부분이 FICC 사업 부문에서 성공한 회사들"이라며 "고객에게 제대로 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Globalization', 'Multi Asset', 'Multi Strategy'를 통해 회사 경쟁력의 원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선두 회사들에 비해 2~3년가량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FICC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크게 절감하는 한편, 당장의 손익 창출보다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지난 2006년 금융공학팀을 만들었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리스크 관리 등으로 FICC사업의 발전은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말 자체 상품발행과 북관리가 가능한 운용시스템을 런칭하는 등 최근 들어 FICC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FICC 사업을 관리부서에서 영업부서로 전환하며, 전환 첫해 150억원 이상의 운용수익과 판매이익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장 본부장은 "단기적인 결과에 쫓기지 않는다면, 2014년부터 FICC부문에서 명실상부 국내 1위의 실적을 달성하고, 해외진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증권 FICC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2년 후에 해달라"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등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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