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주체들의 환율하락 기대 큰 상태"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현재 시장주체들의 달러-원 환율하락 기대가 너무 크며, 수급상으로도 압도적인 달러 공급 우위 상태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주체들의 하락기대와 수급 불균형이 달러-원 환율 하락에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재정절벽 해소를 위한 민주·공화 양당 간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의 해결 여부가 연말 달러-원 향방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에서 외환딜러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외환시장의 상황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외환 관련 분석 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나.

-- 외환시장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세계 경제 상황 분석부터 시작한다. 세계 경제상황을 기본으로 원화와 달러화, 유로화 등 각 통화의 환율을 분석한다고 볼 수 있다. 원화 분석 시 세계 경제상황을 먼저 보는 이유는 원화가 장기 약세 통화이기 때문이다. 장기 약세 통화의 환율을 움직이는 것은 국제 원자재 시세와 해외 경제 지표 등 외생변수들이다. 원화 시장을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高 베타' 시장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딜러들과 같은 층에서 근무 중이다. 딜러들과 함께 근무하며 의견을 교환할 때가 많아 현재 외환시장 상황에 가까운 분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외환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로서 제일 어려웠던 때는.

-- 지난해 여름이 이코노미스트로서 제일 어려웠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해당 지역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두드러졌다는 것과 미국 경제 약화에 따른 달러 강세를 전제로 분석했다. 이에 해당하는 여러 상황을 분석 후 달러화 상승을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하락했다. 예측이 어긋난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장주체의 심리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환율 방향성은 명확해 어느 정도 시장 상황이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분석과 실제 환율 방향성이 너무나도 달랐다.

▲ 연말 달러-원 환율 전망은.

-- 연말 달러화는 1,080원 부근에서 움직일 것이다. 물론 1,080원 아래로 하향돌파 가능성이 있지만, 하락압력이 강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지난해 1,080원 선에서 강력한 매물벽이 조성됐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두 번째로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지만 대통령은 민주당이지 않은가. 재정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양당 간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절벽으로 사라지는 정부지출은 미국 GDP대비 3~4% 정도가 될 것이다. 재정절벽을 미루기 위한 연장 안이나 일부 법안에 대한 타협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미 글로벌 달러는 강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재정절벽 해결 여부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최근 달러-원 환율의 하락에 대해 분석한다면.

-- 시장 주체들의 심리와 펀더멘털이 합쳐져 수급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자. 현재는 시장 주체들의 환율 하락 기대가 너무 크다. 수급상으로도 압도적인 달러공급 우위상태라고 본다. 사실 수출업체는 연말까지 1,100원을 하단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우선 그동안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도 컸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달러화가 밀리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또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만기 시기에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달러 강세 기대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달러화의 하단을 지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9월 발표된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10월 싱가포르 달러의 강세를 신호로 이 두 가지 기대가 사라지기 시작한 듯하다. 이 시점부터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출회가 이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사실 한쪽으로 쏠린 시장 주체들의 심리는 어떤 일을 해도 돌려놓기 어렵다고 본다. 시장의 수급이 한쪽으로 쏠리면 파도가 지나가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차익 실현에 나선 후에야 현재의 원화 강세가 끝날 것이다. 덧붙이자면 전통적으로 연말에는 네고물량이 많았으며 추세적 하락장이었다.

▲ 엔고 현상에 대한 의견은.

-- 엔고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전망에는 희망사항도 섞여 있는 상태다. 일본은행(BOJ)의 양적 완화 규모 확장에 대한 기대가 중심이 됐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각시킬 정도의 통화 확대정책 시행을 전제로 하면 현재는 엔화 약세 흐름이다. 지금처럼 달러-엔 환율 79엔은 일본 처지에서 너무나도 가혹한 엔고현상이다. BOJ는 적정 달러-엔 환율을 90엔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또 엔고현상의 지속을 막기 위해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BOJ는 개입으로 인한 성공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당시 본원통화의 양을 2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올랐고 기업의 투자가 느는 등 경제의 선순환이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BOJ는 10여 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시행한 부양책의 성과가 오래가지 못했으며,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재발 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인한 엔화 강세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이다.

▲ 연말 유로-달러 환율 전망은.

-- 일단 1.18달러선을 돌파하는 급락세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연말 1.20달러선에서 횡보하거나 1.30달러 선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소위 '물주'라 할 수 있는 독일의 태도다.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한 독일 내 정파 간 이해관계가 총선을 앞두고 엇갈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국채매입프로그램 가동 반대에 대한 독일 각 정파의 정치적 부담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어느 정파가 의회 다수당이 돼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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