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사람의 인생과 기업의 주가를 내다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김영근 KTB투자증권 이사는 1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상에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둘 다 어려운 일"이라며 "사람이든 기업이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험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명리학(四柱學)에 통달한 스몰캡 전문가다.

이미 여의도에서 '사주보는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그가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에 관심이 남달랐던 김 이사는 중학교 때부터 명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명리학은 통계와 기호를 활용한 과학적 학문"이라며 "사람과 기업에 대한 분석 모두 데이터를 활용하고 축적해 나간다는 것이 닮아있어서 좋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김 이사는 기업과 사람을 만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일정이 빠듯하지만 그는 여전히 하루에 한 군데 기업 탐방을 가려고 노력한다.

베스트 철강애널리스트 출신인 그가 펀드매니저로, 스몰캡 전문가로 거듭났던것도 더 많은 기업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인생은 나를, 투자는 기업을 정확하게 알아야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기업이나 사람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메리츠투자자문과 블리스자산운용, 피데스투자자문을 거쳐 지난 2010년 KTB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기업분석팀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다음은 김 이사와의 일문일답.

--KTB투자증권이 기업분석팀 역량을 강화하며 어깨가 무거워졌다.

▲ 최근 증권사들이 스몰캡팀을 강화하는 것이 추세다. 그만큼 스몰캡 시장이 인기있고 시장 전망도 좋다는 얘기다. 나 역시 당분간 중소형주를 내세운 스몰캡 시장 강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되는 섹터, 되는 기업을 많이 만나고 분석해서 고객들에게 좋은 성과를 제공하고 싶다.

--KTB투자증권 스몰캡 팀의 강점이 있다면.

▲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스몰캡을 강화했는데 팀원은 적지만 '파워 스몰캡'과 같은 내실있는 결과물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커버리지를 따로 선정하지 않는다. 스몰캡 시장과 작은 조직구조를 고려해 유망 섹터 중심으로 좋은 기업들을 추려내려고 한다. 그게 경쟁력이다.

--스몰캡 시장 전망을 좋게 보는 이유는.

▲ 올해 경제는 부채 문제 때문에 세계 성장률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다. 경기 모멘텀은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우상향하겠지만 그 속도와 강도는 약할거다. 본격적인 경기 상승 전환 시기까지 대형주의 제한적 상승이 불가피하다. 대형주에서 고성장이 나오지 않는 국면에서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환경은 자연스럽게 고성장 중소형주, 신기술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난 정부가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었다면 새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이 논의되고 있어 스몰캡 시장에는 도움이 되리라 본다.

--올해 유망한 스몰캡 종목을 꼽자면.

▲ 하나투어, 코오롱생명과학, 에스텍파마, 코스맥스, 슈프리마, 인프라웨어, 청담러닝, 코텍, 대륙제관, 케이피에프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업종 내 독자적 브랜드와 기술, 그리고 시장 장악력을 가진 업체란 점이다. 작지만 자기 시장에서 브랜드를 가지고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업체, 글로벌 내수 소비시장 중 특히 아시아 소비시장에서 성장하는 음식료, 화장품, 문화 컨텐츠 기업들을 관심있게 보길 조언한다.

--자문사, 운용사,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를 두루 거쳤다. '셀'과 '바이'의 영역을 오가며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나.

▲ '셀' 영역과 '바이' 영역이라고 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진 않는다. 어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지, 업황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느냐가 핵심이다.

--명리학을 공부한 게 애널리스트로서 도움이 되나.

▲ 아니다. 오히려 명상 같은 집중력을 키워주는 활동이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는 더 도움이 된다. 다만 주변에 힘들거나 어려운 친구, 동료, 선후배들이 나를 찾아올 때가 많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나 역시 통계가 쌓여 남들보다 조언을 해주기가 수월한 면이 있다. 그럴때 보람을 느낀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 학창시절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일하고 싶어 했을 정도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지금 애널리스트라는 직업도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좀 더 넓고 많은 사람, 기업들과 소통하고 싶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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