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도장을 받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앉아서 손님을 받기만 하던 증권사 직원이 도장을 찍어준다면 전국을 누빈다. '코넥스(KONEX)' 지정자문인 신청을 준비하는 증권사 얘기다.

지난 11일 A 증권사 IPO 팀장은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기업을 찾았다.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하는 상장 예정기업 확인서에 도장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없었다. 대표이사와 사전에 약속을 잡았지만, 출장 일정 탓에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몇 시간 전에도 다른 증권사 관계자가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렸다고 귀띔해줬다.

해당 팀장은 대표이사를 기다리기로 하고 두 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도장을 받아냈다. 그리곤 또 다른 기업과 창업투자회사를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4일부터 한국거래소의 지정자문인 신청접수가 시작된 이래 각 증권사 IPO팀 담당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하나의 기업, 하나의 창투사 도장이라도 더 받으려면 2주간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 증권사 팀장은 "상장 예정기업은 한 증권사와 일대일 계약만 가능해 증권사들이 서로 먼저 도장을 찍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창투사는 증권사와 일대다 계약은 가능하지만, 전체 규모가 작아 이중 펀딩 능력이 큰 곳과 업무 협약서를 맺으려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B 증권사 팀장은 "기업은 기존에 관리하던 곳이라도 도장을 다른 증권사와 찍으면 끝"이라며 "몇 개의 기업, 몇 개의 창투사 도장이 필요한 지 정해진 게 없어 무조건 많은 도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갑(증권사)'과 '을(중소기업)'이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C 증권사 팀장은 "예전에 상장을 위해 증권사를 방문하던 기업들을 이제 직접 찾아가서 우리와 도장을 찍자고 말하니 기분이 새롭다"며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지정자문인 선정에 필요한 창투사와 상장 예정기업 확보 규모는 각각 평균 20여 개 수준이다.

도장 찍는 것보다 코넥스 시장 발전을 위해선 차근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D 증권사 팀장은 "도장의 개수로 증권사의 역량을 평가할 순 없고 다양한 각도에서 정성적ㆍ정량적 평가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도장을 찍은 개수만큼 기업 상장이 진행된다고도 볼 수 없어서 증권사들이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도와야 한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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