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A증권사에서 선물옵션을 거래하던 트레이더 P는 연간 회사에 100억원 넘는 돈을 벌어주곤 했다. 그가 받는 연봉을 고려했을 때 직원 생산성으로는 단연 1등이었다.

웬만한 부서 하나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트레이더 한 명이 버는 돈이 많자 회사는 선물옵션 트레이더를 늘리고 그들이 속한 파생상품 운용부서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A 증권사를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와 선물사를 중심으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은 활발히 활동했다.

트레이더들의 몸값도 급등했다. '억' 소리 나는 '연봉+α'를 지급하더라도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중소형사 처지에서는 이들을 고용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불어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은 어느새 금융투자업계에서만 200여명을 훨씬 웃돌았다. 파생상품 운용부서를 지원하는 증권사 직원들도 늘어났다.

그러던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올해 초 6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던 트레이더 P도 예전만 못하다. 그는 현재 20억원 안팎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급감한 것은 대단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컴퓨터 주문 전용선(DMA) 거래다.

DMA 매매가 늘어나자 시장 변동성도 줄었다. 0.01초를 다투는 컴퓨터의 주문이 반복되자 변동성에 베팅해 수익을 내야 하는 트레이더들은 '먹을 게' 없어졌다.

한 선물옵션 트레이더는 "DMA를 활용한 거래가 아무래도 사람의 손보다 빠르고 정확해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며 "선물 가격의 갭을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 갭이 전반적으로 줄다 보니 지금은 DMA를 활용한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의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위축도 큰 악재였다.

국내 선물옵션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올라섰지만 최근 일 년 새 거래량이 반 토막 났다. 규제가 많아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등 대안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시장 규제가 늘어나고 거래량이 줄면서 수익성까지 악화하자 증권사들은 트레이더 감축에 나섰다. 파생상품 운용부서 규모도 줄였다. 억대 연봉을 받던 트레이더들도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여기에 새 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선물옵션 트레이더가 100억원 넘게 벌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라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DMA매매가 늘어나니 트레이더들이 다른 부서나 일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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