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1일(미국 동부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나타냈다.

전일 버냉키 의장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콘퍼런스에 참석해 실업률이 6.5%로 떨어진다고 해도 기준금리가 자동으로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 가능한 미래까지 강도 높은 통화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활기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 압력은 약화했고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웠다.

이는 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정당화하는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1만6천명 늘어난 36만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예상치 33만5천명을 웃돈 결과다.

지난 6월 미국의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변화가 없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지 않아 Fed가 경기조절적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으로 진단됐다.

버냉키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고용지표 실망, 인플레이션 완화에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으며,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버냉키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169.26포인트(1.11%) 상승한 15,460.92를 나타내 사상 최고치로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22.40포인트(1.36%) 높아진 1,675.02에 끝나 최고치를 경신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7.54포인트(1.63%) 오른 3,578.30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 버냉키 의장이 예상 가능한 미래까지 강도 높은 경기조절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다.

밀러태벅의 앤드루 윌킨슨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부터 자산매입 축소(tapering)가 긴축(tightening)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언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버냉키 의장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어야 했다. Fed가 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는 것은 금리 인상과 다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압력이 없는데다 고용지표 역시 견조하지 못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보다 늦은 시기에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3% 가까이 올랐다. 회사는 MS오피스 사업부의 커트 델빈 사장이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JP모건과 웰스파고가 개장 전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채권시장= 미국 국채가격은 버냉키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고용지표 실망, 인플레이션 완화 등으로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6538)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5/32포인트 높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6bp 낮아진 연 2.574%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17/32포인트 올랐고, 수익률은 3bp 떨어진 3.625%를 보였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7bp 밀린 1.388%를 나타냈다.

이날 재무부는 130억달러 어치의 30년만기 국채를 입찰했다. 버냉키 효과가 지속돼 국채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했다.

낙찰금리는 연 3.660%였다. 이는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이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26배를 보여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나 타냈다. 지난 6차례 평균은 2.57배였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40.2%를 기록해 지난 평균인 37.8%를 상회했다. 직접 입찰자들의 낙찰률은 16.3%로 지난 평균인 13.2%를 웃돌았다.

응찰률이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수익률 상승으로 최종 투자자 혹은 프라이머리 딜 러들은 제외한 매수자들의 낙찰률이 총 56.5%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입찰 결과가 국채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양적완화 조기 축소 뒤 단기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으나, 전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이 같은 우려가 급격히 완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양적완화가 축소된다 해도 초저금리정책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버냉키 의장이 전날 확인해 국채 매입세가 되살아났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날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어 국채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은 올 하반기 미 경제지표가 강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올 연말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전망치를 2.75%에서 3.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달러화는 고용지표 실망과 Fed의 초저금리정책 지속 전망으로 유로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98.98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99.68엔보다 0.70엔 낮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3097달러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29 77달러보다 0.0120달러나 높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29.61엔을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29.36엔보다 0.25엔 올랐다.

실업률이 6.5%로 하락한다 해도 당장 단기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버냉키 의장의 전날 발언으로 달러화가 엔화에 100엔 아래로 내려앉은 뒤 이날 고용지표가 실망스런 모습을 나타내 99엔도 무너졌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버냉키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나온 뒤 이날 고용지표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달러화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름철의 한산한 거래 속에 대형 헤지펀드들이 오후 들어 유로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따라 유로화가 강세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브라이언 대인저필드 RBS 외환전략가는 "유로화가 한때 1.3205달러까지 상승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가 2014년까지 펀딩갭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대인저필드 전략가는 "현재 유로화의 움직임은 달러화의 약세 재료에 의해 좌우되 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리스 등 유로존 문제는 여전히 모호한 반면 버냉키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나와 유로화가 강세를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유로화가 이번 주 내내 1.30달러 위에서 등락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시장관계자는 "Fed가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면 올 연말 달러화가 엔화에 115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시장= 뉴욕 유가는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와 내년에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61달러(1.5%) 낮아진 104.91달러에 마쳤다.

이날 한때 유가는 107.45엔까지 올라 16개월 만에 최고치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시장에서 IEA가 2014년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 하루 13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혀 유가가 반락했다. IEA는 또 비OPEC 산유국들의 올해 세계 원유 공급 역시 하루 12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OPEC은 2014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2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93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와 3. 8%로 예측해 이전 예측치보다 각각 0.2%포인트 낮췄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집트 소요 사태 지속과 버냉키 Fed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 뉴욕증시 강세 지속 등이 유가 강세를 부추기는 재료가 상존해 있으나, 비OPEC 산유국들의 산유량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예상에 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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