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추석 연휴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FOMC는 미국 경제전망 반보 후퇴, 신중한 출구전략 전개 재천명, 양적완화 연내 실시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23일 증시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당초 우려보다 늦어짐에 따라 이머징의 통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주식시장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글로벌 증시는 FOMC 결정에 급등세를 보였다.

다만, 국내 증시가 지난 수개월간 양적완화 축소라는 우려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극복해 나가고 있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단기말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단기적인 영향 말고, 중장기적으로 Fed의 통화정책변화가 몰고 올 글로벌 금융시장의 포트폴리오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머지 않은 시점에 실시될 QE 축소와 이에 따른 정서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으로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핵심 논리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를 단순화하면 'Quantity(양)'와 'Quality(질)'의 논쟁이라고 볼 수 있다"며 "Quantity는 통화공급량, 금리수준 등으로, Quality는 경기, 펀더멘털 등으로 볼 수 있는데, 금융자산은 이들 변수의 영향력에 따라 상대적인 성과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0여년간 미국 금융시장은 Quantity가 지배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Quantity를 늘리며 각 경제주체들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A국면(기업이익 개선, credit spread 높아 기업 부채감소 주력, 위험 반영 equity 수익률은 부진), B국면(기업 ROE와 EPS 개선, 국채금리 상승으로 credit spread 상승 제한), C국면(경기침체로 매출 및 이익 급감)으로 나눌 때 C에서 A로 넘어간 뒤, 엄청난 규모의 Quantity가 공급돼 안전자산인 채권뿐 아니라, 주식도 강세를 나타내는 A국면이었다.

이럴 때는 Quality가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금융자산 중 주식이 가장 홀대 받고 안전자산이 선호된다. 주식의 절대가치는 반등했지만, 위험을 감안한 주식의 상대 성과는 채권에 비해 유리하지 않았다.

유 연구원은 "A국면에서 기업들이 부채를 줄여 credit cost를 낮추는데 주력하지만, B국면은 Quality의 회복이 빠르게 나타나며 이에 비례해 주식에 부여되는 위험 프리미엄도 하락하게 된다"며 "A국면과 달리 채권에 비해 주식의 상대성과가 개선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 환경이 지난 수년간 이어졌던 A국면에서 B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면전환에 한차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시장의 시각 변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Quantity가 지배하는 금융시장에서 이제 그 영향력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연준의 신중한 출구전략과 함께 금융시장 역시 향후 QE 축소 등이 진행되면서 이제 이러한 포트폴리오 패러다임 변화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것이 이번 FOMC가 시사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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