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외국인이 바스켓으로 국내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차익실현 욕구가 커져 개별 종목 매수세가 좀 둔화됐지만 비차익 매수가 강해져 1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달 23일부터 전일까지 19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누적 8조2천억원이며, 기간을 늘려 7월부터 보면 9조6천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을 꼬이게 만들었던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으로 따른 매물 출회 규모에 근접해 거의 만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적,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이 8월에는 개별 종목을 사들였다면 9월에는 바스켓으로 20개 종목 이상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사는데,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자금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8월까지만 해도 개별 종목 순매수가 3조1천억원인데 반해 비차익거래는 순매도가 4천억원이었다. 9월 들어 역전돼 전일까지 개별 종목은 1조4천억원 순매수, 비차익은 4조6천억원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전일에도 개별 종목은 팔았지만, 바스켓으로 사는 비차익이 더 많이 사 3천억원 가량의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장 막판 외국인이 827억원을 한꺼번에 매수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패시브 자금은 인덱스 투자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바스켓 매매로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 액티브 자금에 비해 투자 시기가 장기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장기 박스권 상단의 기술적 부담을 느끼는 게 보인다"며 "다만 전일 장 후반 한 번에 주식을 사들인 것을 보면 지속적인 매수 계획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자금의 순매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강도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패시브 자금 유입은 외국인 수급 안정성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라며 "iShares MSCI EM ETF로의 자금 유입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의 iShares MSCI EM ETF는 지난해 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뱅가드발 자금 이탈을 상쇄할 흑기사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출됐다.

이 ETF는 GEM 펀드군에서 뱅가드 MSCI EM ETF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어 한국 증시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iShares MSCI EM ETF내 한국 비중은 현재 15.6% 정도로, GEM 펀드군 내 한국 비중 11.2%(7월 말 기준)보다 높다.

지난주(9월12일~18일) 신흥국 아시아 펀드군 내 한국 펀드로 6억2천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이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6억달러가 패시브 펀드, 2천만달러가 액티브 펀드에서 유입됐다.

GEM 펀드에서는 iShares MSCI EM ETF로 자금 유입이 급증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연구원은 "블랙록 ETF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경우 뱅가드 이슈 등으로 축소되었던 GEM 펀드군 내 한국 비중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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