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지난 2011년 외환당국의 규제로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치본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공기업들이 당국의 해외채권 발행억제로 국내에서 외화를 조달하는 쪽을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본드는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 발행시장에서 달러화 등 외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김치본드는 국내의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재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외국에서 직접 외화를 조달해오는 해외채권과 차별화된다.

KTB투자증권은 27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억6천만달러(약 2천756억원) 규모의 달러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발행만기는 3년이며, 발행금리는 3개월 리보금리에 1.05%p의 가산금리가 붙은 1.2866%로 결정됐다.

이번 김치본드 발행은 국내외 채권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외환당국이 공기업의 해외차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공기업의 외화자금 조달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지난달 24일 "최근 국내 외화유동성 상황을 감안해 공기업의 불요불급한 해외차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국내에서의 외화조달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외화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에도 하락압력을 미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광물자원공사도 해외채권 발행을 대신해 국내에서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이용하는 김치본드 발행으로 조달수단을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채권 발행에 급제동이 걸린 다른 공기업들도 김치본드 발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차입을 줄이고 국내에서 필요한 외화를 조달했으면 하는 당국의 취지가 일부 달성된 셈이다.

사실 김치본드도 2년전 외환당국의 규제로 급제동이 걸린 바 있다. 외환당국은 김치본드가 단기외채 증가를 부채질한다는 이유로 원화사용목적의 발행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후 김치본드 발행은 거의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외환당국의 규제로 국내에서 사라졌던 김치본드 발행이 해외채권 발행억제라는 또 다른 규제로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김치본드의 조달금리도 외국에서 발행하는 해외채권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11월초 발행한 3년만기 해외채권은 3개월 리보금리에 112.5bp의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다른 공기업의 발행금리와도 큰 차이가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김치본드 발행에 대해서 당국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조달금리도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과 크게 나쁘지 않는 등 조달여건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치본드 발행도 점차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규제 이전에 발행됐던 김치본드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앞으로 발행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채권 발행에 제동이 걸린 공기업들도 점차 김치본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자금을 찾기에는 국내에 외화유동성이 풍부하다"며 "그러나 발행사의 경우 원화사용목적의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용도 증빙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외화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공기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c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eco28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