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고객정보를 유출한 삼성카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일정이 늦춰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국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총선 국면에 제재 결과를 발표해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삼성카드 고객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해 현업 부서에서 검사서를 작성하고 관련자에 대한 양형 등을 심사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자체 조사 결과와 경찰의 수사결과 등을 토대로 제재 수위를 검토 중이라는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앞으로 제제심의실 심의, 사전통보 및 의견청취, 제재심의위원회 부의, 중징계 시 금융위원회 부의 등의 과정이 남아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2개월 안팎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사안 인지 후 최종 징계 결정까지 6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작년 9월에 불거진 삼성카드의 고객정보유출 사고는 사건 인지 후 7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야 제재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르면 이달 중 삼성카드 고객정보유출 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부의할 것임을 시사했던 당국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참조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자체 검사 결과가 있지만, 수사 내용도 참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경찰은 올해 초 중간 수사발표를 통해 삼성카드 직원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삼성카드 서버를 196회에 걸쳐 해킹해 고객정보 192만여건을 조회하고 이 가운데 47만여건을 자신의 노트북에 옮겼다고 밝혔다.

이달 초 검찰은 카드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해킹해 일부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삼성카드 전 직원 박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확정 판결까지는 아니지만, 수사 결과를 충분히 참고해 결론을 도출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여러 측면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당국이 삼성카드 제재 결과를 여론의 관심이 총선에 쏠려 있는 4월에 발표해 주의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타 업권은 물론 카드업권에서도 삼성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라면서 "오래전부터 당국이 삼성카드 제재 건과 관련해 '총선 카드'를 꺼내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던 하나SK카드에 대한 제재 결정도 삼성카드와 비슷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SK카드에선 지난해 내부 직원이 약 9만7천여건의 고객 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보내고, 이중 5만1천여 건을 외부로 넘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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