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대신증권이 복수노조 체제를 갖추면서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3년만에 노조가 설립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등장한 또 다른 노조에 대한 해석에 분분한데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영업 환경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달 28일 정경엽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대신증권 노동조합이 결성되며 복수노조 체제를 갖추게 됐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종조합 대신증권 지부가 설립된 지 사흘 만에 등장한 새로운 노조 세력에 대해 대신증권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 '물타기' 조직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새롭게 결성된 노조는 노사의 화합과 상생, 합리적 대립 해결을 창립 기치로 내 걸었다. 위원장을 앞세운 운영진 역시 그간 인사팀과 총무팀에 근무하며 신입사원 연수와 회사의 자산관리를 도맡아 왔다.

후발 노조의 결성 시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일반적으로 복수노조는 기존 노조가 어용조직으로 흘러가거나, 노조 설립의 목적을 다 하지 못할 때 이에 대한 불만으로 출발하는데 대신증권의 후발 노조는 이전 노조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도 전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후발 노조를 사측 세력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직 신생 노조가 활동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경쟁조직이 생긴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비롯해 노조 구성원의 성격 등에서 기존 조직을 흔들기 위한 또 다른 노조의 탄생으로 해석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체제 아래서는 노조 결속력의 상징인 단체교섭권이 노조의 규모에 따라 배분된다. 후발노조의 등장으로 기존 노조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신증권이 53년 만에 노조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척박해진 영업환경이 한몫했다. 회사가 강조해온 전략적 성과관리로 인한 직원들의 영업압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직원들의 성과를 10등급으로 분류한다. 대신증권 대다수 직원의 성과는 8~10등급에 몰려 있다. 일정기간 10등급에 성과가 머물러 있는 직원 중에는 석 달치 월급을 받고 퇴사한 직원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려워진 업황을 이유로 사측의 옥죄기가 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직원들의 처지를 대변하기 위해 노조가 설립됐는데, 벌써 견제 세력이 등장하니 내부 싸움으로 확장될까 염려된다"며 "복수노조 체제가 의미 있는 복수노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적개선은 물론 우리F&I 매각협상 등 주요 현안을 앞둔 대신증권 역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한 지금이 달갑지만은 않다.

대신증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대신금융그룹의 핵심사인데, 내부 분열과 관련된 이슈가 자꾸만 언급돼 민감하다"며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기 노조 출범을 바라보는 사측의 시선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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