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이윤구 기자 =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차보험료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손보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대형 손보사들의 차보험 당월 손해율은 삼성화재가 전월 74.1%에서 70.9%로, 동부화재가 76.9%에서 70.8%로 각각 하락해 업계에서 적정선으로 꼽는 71% 수준에 부합했다.

현대해상은 손해율이 전월 77.6%에서 73.1%로, LIG손해보험은 80.9%에서 74.1%로, 메리츠화재는 80.7%에서 75.3%로 각각 하락했다.

이처럼 1월 중 차보험 손해율이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등 대형사들은 각각 차보험료를 2.2%와 2.4% 인하하는 방안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렇게 되자 현대해상과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다른 대형사뿐 아니라 중위권 손보사와 온라인 손보사까지 차보험료 인하 여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 회사가 보험료를 내리면 다른 회사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손보업계의 경쟁 구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손보사가 손해율을 손익분기 수준인 71% 아래로 끌어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차보험료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사인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1월 차보험 손해율이 81.3%로 여전히 80%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선 손해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는 일부 대형사만 차보험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남기게 되고, 다른 회사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

더욱이 대형사들은 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내더라도 투자영업 이익을 통해 이를 상쇄할 만한 운용자산을 축적한 상태지만 소형사, 특히 온라인사들은 자산 규모가 작아 차보험료가 인하되면 수익성이 저하된다.

손해율만 고려하면 보험료를 내릴 상황이 아니지만, 2011 회계연도에 손보사들이 2조5천억원 안팎의 사상 최대 순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차보험료 인하론에 불을 붙였지만, 중소형 손보사들은 적자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차보험료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대형사가 차보험료를 인하하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업체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차보험료 인하 의지가 워낙 강해 대형사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맏형으로서 업계 전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차보험이 의무 보험의 성격이 있는 만큼 사회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차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이 강해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물가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오는 4월 책임개시분부터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손보사들은 정부의 제도 개선에 따라 구조적으로 손익 개선이 이뤄졌다"며 "조만간 업계 자율적으로 보험료 인하 노력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