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WSJ의 Fed 전문기자인 존 힐센래스는 27일(미국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발언 중 한파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언급한 부분을 제외한 다섯 가지 부분에서 옐런 의장의 시각이 다른 이들과 차이가 난다고 진단했다.

옐런 의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으며, 민주당의 재정지출 선호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또 초저금리가 주택시장 버블의 한 원인이라면서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힐센래스는 옐런 의장의 생각이 저금리가 주택시장 버블을 가져왔다는 쪽이라면, 이후 버블 조짐이 나타날 때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 옐런 대 美정부

옐런 의장은 미국 행정부를 곤란하게 만든 최저임금 인상 관련 평가 보고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정부와 상반된 의견을 드러냈다.

초당적 정책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10.10달러로 올리면 2016년 말까지 일자리 50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를 근거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제안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격했고, 정부는 CBO가 일자리 감소분을 과대평가했다며 경제학계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청문회에서 "CBO는 정보를 평가하는 데 있어 다른 누구와 비교해도 자격을 갖췄다"면서 "CBO의 평가를 반박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 옐런 대 민주당

잭 리드(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청문회에서 옐런 의장에게 의회가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민주당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 대체로 찬성한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의 입장을 계승해 "재정정책이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의회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장기적인 예산 문제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 옐런 대 버냉키

버냉키 전 의장은 2000년대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버블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옐런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옐런 의장은 저금리가 금융시장의 레버리지(차입)를 늘려 주택시장 버블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이코노미스트들에는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옐런 대 비트코인

한편, 옐런 의장은 Fed가 비트코인에 대한 감독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비트코인 관련 사기나 돈세탁 사건이 발생한다면 법무부가 관여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시장에서 Fed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덧붙였다.

◇ 옐런 대 Fed 행적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 상원의원은 Fed가 금융시장 감독기능에서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옐런을 압박해 들어왔다.

워런 의원은 Fed가 은행 규제 등의 문제에서 국민 투표를 거치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옐런 의장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했다"면서 Fed가 앞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답해 전임자들보다 투명성 제고 노력을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Fed가 변화를 만드는 일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가 전적으로 그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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