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투자열풍 때는 그 정체성을 두고 형이상학적 담론을 주고받다가 지금은 과세와 제도화라는 좀더 현실적인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의 사례를 쉽게 들먹인다는 점이다.그런데 외국의 사례가 엉뚱하게 해석되는 일이 흔하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했느니, 인도가 가상자산을 강력히 규제할 것이라는 뉴스가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것이 그 예다.엘살바도르는 인구 60만명의 나라다. 통화주권이 흔들려 자국통화가 아닌 미 달러화가 안방을 차지하
이번 달 들어 가계대출에 관한 전망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초반에는 가계대출 잔액이 금융감독당국의 연간 목표치에 근접해서 곧 대출한파가 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지배했다. 공포감은 곧 "대출 증가율 목표 6%의 근거가 뭐냐"는 반발과 불평이 반전했다가 "전세대출 중단 없다"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후퇴(?)로 수습되었다. 그러나 26일 발표된 금융위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제2금융권까지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서베이에서도 4분기 금융기관들은 자발적
고객과의 약속위반에서 시작된 머지포인트 사태가 이제는 경영진의 횡령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고객이 자금을 미리 충전한 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전국 6만여 가맹점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선불지급수단이다. 그런데 발행업자가 아무 예고도 없이 그것을 쓸 수 있는 곳을 음식점으로 대폭 축소했다.낭패를 본 고객들이 "금융당국은 뭐하고 있었느냐"며 원망을 터뜨리자 일부 언론은 한국은행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소비자보호 조항이
날씨만큼이나 도쿄올림픽도 뜨거웠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금융 분야에서 챙겨볼 만한 뉴스가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스포츠 뉴스에 묻혀 흘러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동향이라면 아주 작은 소식도 놓치지 않는 국내 언론이 보름 전 연준이 도입한 대기성 RP 프로그램(SRF, FIMA)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엉뚱하게 해석했다.7월 28일 연준은 금리목표 수준과 국채매입량에 관한 통상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SRF(standing repo facility)와 FIMA(foreign and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디지털세와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그 상황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렸다. 언론과 해당 기업들이 그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그러나 개별기업의 손익보다는 더 큰 것을 보아야 한다. 디지털세는 초우량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과 조세전가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논의는 가뜩이나 높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의 추가 인상을 유발하고 소득불평등을 확대할 가
가상자산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5월은 가격이 36% 이상 하락하여 최근 10년간 최대 낙폭을 보였다. 하필 이럴 때 튀어나와 가상자산에 관하여 부정적인 말을 보태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기회주의적 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가상자산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착각이 있다. 그것이 화폐라는 착각과 분산원장 때문에 안전하다는 착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틀렸으며, 그런 착
은행들을 옥죄는 규제의 하나가 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이다. 지난 2013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추가한 이 규제는 은행들이 현금이나 국채 등 고유동성자산(HQLA)을 순현금유출액(30일간 예상되는 최대 수신감소액)의 100% 이상 보유토록 한다. 상당히 복잡하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 원리의 하나는 이중계산 방지다. 예를 들어 국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담보로 활용되어 처분이 제한되면, 고유동성자산에서 제외한다. 담보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차입이나 RP매도를 통해 현금(고유동성자산)을 늘렸다는
전자금융거래법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다툼은 이제 듣기 싫다. 양 기관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빅브라더'니, '조금 화난다'느니, '이해 부족'이라느니 하며 감정만 증폭시키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기관의 볼썽사나운 싸움에 언론도 고개를 돌렸다. '영역다툼'으로 보며 더 이상의 취재를 포기한 모습이다.디지털금융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핀테크들이 송금 서비스시장에 속속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잡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마침내 총리도 눈물을 보였다. 영세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안타까워서다.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사회의 저 아래쪽에 있는 사람부터 서서히 목줄을 조인다. 그 추운 날 헬스장, 필라테스 사업장 업주들이 들고나온 "살고자 나왔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고 쓴 피켓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을 후볐다.지금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죽음 즉, 죽을 때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있는지(death with COVID)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후유증도 심각하다. 외국의 완치자 사이에서는 "차라리
"위스키는 그냥 마셔도 좋고, 물을 타서 마셔도 좋고, 얼음을 담가 마셔도 좋습니다." 위스키를 파는 사람들이 선전하는 말이다. 요즈음 비트코인 업계에서도 비슷한 말이 들린다."비트코인을 가상통화라고 불러도 좋고, 암호화폐라고 불러도 좋고, 암호자산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 바람대로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때에 개당 3천만 원을 돌파했다.비트코인 랠리는 2017년 말에도 있었다. 그때는 좀 달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아주 강력하게 "비트
"사람이 먼저다."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의 충격도 과연 사람에게 먼저 닥쳤다. 그리고 이제는 무생물인 한국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려고 한다. 한국은행법을 그렇게 고치면 고용사정이 좋아질까?미국 중앙은행 즉, 연준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의 이중목표(dual mandates)를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극심하던 1977년 미 연준법에 고용안정 목표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입법 의도와 반대다.미 의회는
미국 대선이 채 2주도 안 남았다. 잘 알려진 대로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다. 40년 전인 1980년 레이건 후보가 썼던 것과 같다.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슬로건은 BBB 즉, '기본부터 바로잡자(Build Back Better)'다. 이것 역시 독창적이지 않다. BBB는 2015년 개최된 유엔 방재콘퍼런스의 슬로건이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의 원인이 기본을 외면한 데 있다는 각성에서 나온 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8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운용방식을 바꿨다. 인플레이션이 2%를 초과하더라도 당장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제로금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평균물가목표방식(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을 채택했다.미 연준은 매년 1월 '장기 목표와 통화정책 전략(Longer-Run Goals and Monetary Policy Strategy)'이란 이름으로 정책기조의 변경 여부를 발표해 왔다. 그런데 금년에는 발표를 늦췄다가 8월에 이르러서야 발표했
금융기관들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지난 7월 14일 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겠다는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자 금융기관들이 이에 화답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회사들이 밝힌 지원금액이 벌써 수십 조원에 이른다.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한마디에 금융기관들이 영혼 없이 달려들어 흉내만 낸다고 꼬집는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그린 뉴딜'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그런데 정부가 설명하지 않고, 언론도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개발 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하나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점이다. 블록체인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 여겨졌으나 2017년 하반기 가상통화 열풍을 정점으로 그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런데, 지난해 이맘때 미국 페이스북사가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관련 업계에 활기가 돌았다. 금년 초 중국인민은행이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한 CBDC 추진계획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 업계 성장의 모멘텀으로 보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건, 중앙은행이건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호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