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각그랜저(1세대 그랜저)' 부품도 여기에 있습니다"

약 30년전 출시된 국산차의 부품을 아직도 생산할 수 있다는 현대파텍스의 고참 간부가 들려준 놀라운 말이다.  

현대파텍스 서산 공장 전경

지난 17일 기자가 방문한 현대파텍스에서는 이처럼 현대ㆍ기아차에서 더는 생산하지 않는 단산 차종에 대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트라제와 베르나, 리오, 프레지오, 스펙트라, 티뷰론, 마르샤 등 지금은 길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모델의 부품을 현대파텍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날은 베르나와 구형 투싼의 부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4개의 프레스에서 '쿵' 소리를 내면서 만든 금형을 16대의 로봇이 받아 쉴새 없이 작업했다.

프레스라인에서는 무빙류와 사이더 아웃터, 펜더 등을 연간 440만 샷, 자체조립라인에서는 100만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해당 부품은 '일관 생산시스템'에 따라 도색과 포장공정으로 넘겨져 완성품으로 나온다.

현대파텍스의 생산구조는 이처럼 단순하다.

단산차종을 보유한 고객이 부품이 필요하다고 주문을 하면, 현대파텍스는 해당 차종에서 쓰였던 금형을 생산하기 3영업일 전에 찾는다.

청소를 통해 이물질이 '싹' 없어진 금형 틀은 최고 기술자의 점검을 거치고서 이른바 '블루존'이라는 현대파텍스의 작업준비공간으로 보통 생산 하루 전에 들어간다. 블루존은 생산준비가 끝났다는 현대파텍스만의 공간 명칭이다.

이후 앞서 언급한 프레스와 차체조립공정, 도ㆍ포장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산 차종 부품에 대한 수요를 고려했을 때 현대파텍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견학 내내 의문으로 남았다. 이날도 품목당 생산되는 개수가 8개와 37개, 56개 등 소량이었다.

자동차산업에서 성장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데, 현대파텍스는 이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실제, 현대파텍스의 작년 매출액은 483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 수준이다. 크지 않은 외형인데, 이마저도 전년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영업익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현대파텍스의 대답은 단순했다.

안홍상 현대모비스 서비스부품기획실 이사는 "인위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업을 넓힐 개념으로 현대파텍스가 설립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강해, 고객을 위해 차질없이 부품을 공급한다는 의지로 만든 것이 현대파텍스라는 이야기다.

이익에서 다소 자유로운 현대파텍스도 고민은 있다.

전 세계서 굴러가는 현대ㆍ기아차가 5천만대에 달한다. 성장성을 고려할 때 현대ㆍ기아차가 관리해야 할 자동차의 규모는 2017년 6천4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추정한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단산되는 모델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현대파텍스가 보유한 금형 틀은 현재 현대차 2천902개, 기아차 1천925개 등 4천800개가 넘는다. 규모가 큰 탓에 이 가운데 상당수(3천300개)는 야외에 쌓여 있다.

앞으로 보유하게 될 금형 틀은 수만개가 넘어갈 수 있다.

현대파텍스는 이를 위해 라인합리화 어떻게 하면 품질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매일 하고 있다.

소소한 성과도 거뒀다. 현대파텍스는 각기 다른 외형을 보유한 제품을 한 파레트에 놓을 수 있는 '멀티 파레트'를 개발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조만간 특허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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