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세입-세출 미스매칭'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일시 대출 규모가 올해 벌써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 연도별 대정부 일시대출 누적액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0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한은은 정부의 일시 대출 규모가 확대될 수록 통화정책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증권 발행을 늘릴 경우 단기 자금시장에 적잖은 물량 부담을 주고 단기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은 일시 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세수 부족에…기재부 한은 일시 차입 100조 넘겨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 달까지 받은 한은 일시 대출은 100조8천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한 해에 50조원 한도로 한은에서 빌렸다 갚기를 반복하는데, 100조8천억원이라는 수치는 상환액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빌린 것만 계산한 규모다.

지난 달 기준으로 기재부는 대출을 모두 상환해 잔액은 '제로(0)'로 나타났다.

누적이라고 해도 7월 말까지 기재부의 한은 대출 규모는 지난해(34조2천억원)와 비교할 때 3배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1~7월(90조5천억원)의 규모도 웃돈다.

이는 세수 부족 때문이다.

올해 6월 말까지 법인세 세수는 46조7천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조8천억원 급감했다.

소득세(57조9천억원)도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부진으로 11조6천억원 빠졌다.

부가가치세도 4조5천억원 덜 들어온 35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3대 세목에서만 32조9천억원 규모의 세수가 덜 들어온 셈이다.

자금의 미스매칭을 막기 위해 기재부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한은 일시 대출과 재정증권 발행이 있다.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대출보다는 재정증권 발행을 독려하고 있다.

일시 차입금이 통화량 증가를 불러와 '돈값 하락→물가 상승'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은 독립성 문제도 있다.

기재부가 한은을 '금고'로 간주해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한 대로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는데 손쉬운 한은의 일시 차입을 활용한다는 비판이다.


◇채권시장 교란 차단…재정증권 발행은 최소화

기재부도 이러한 비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가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은 일시 대출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재정증권 발행이 단기자금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쟁 상품인 은행채 단기물,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관계가 있다.

재정증권을 과도하게 발행한다면 채권시장의 수급 불안정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고스란히 시중 금리의 오름세로 이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의 재정증권 발행 규모가 적다고 볼 수는 없다.

기재부는 지난 10일까지 35조5천억원원 규모의 63일물 재정증권을 발행했다.

60조원이 넘는 역대급 초과 세수가 나온 2021년(30조원), 역시 세수 호황이었던 2022년(16조2천700억원)보다 큰 규모다.

아직 재정증권의 수요는 괜찮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이달 10일 1조5천억원의 재정증권 발행에 앞서 입찰을 실시했는데 3조3천8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응찰 금리 상단은 3.71%였고, 하단은 3.5%였다. 기재부는 3.6%로 확정해 목표한 재정증권 발행을 마무리했다.

이와 같은 금리는 한은 일시 대출 금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재정증권 발행일의 통안채 91일물의 최종호가는 3.558%로 마무리됐다.

보통, 한은 일시 대출 금리는 분기별로 확정하는데, 전분기 91일물 통화안정증권 평균 유통금리에서 10bp 가산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증권과 한은 대출 금리는 엎치락뒤치락한다"면서 "계획된 재정증권 발행에도 자금에 미스매치가 생길 때 보통 한은 일시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금리를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재정증권 발행량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으로 한은 일시 차입을 늘렸지만, 하반기에는 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wchoi@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2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