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홍경표 기자 = 건설업계가 반복해서 입찰 담합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담합적발→사과→사면→담합이라는 패턴이 반성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국내외 어려운 경기 속에서 힘들게 벌어온 이익도 상당 부분 과징금 명목으로 허무하게 빠져나갔다.

◇과징금 1위 '불명예' 현대건설

25일 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최근 4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입찰 담합 과징금은 9천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이 1천93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1천838억 원)과 대림산업(1천474억 원), SK건설(1천8억 원) 등도 1천억 원이 넘었다.

대우건설(791억 원)과 GS건설(745억 원), 포스코건설(711억 원), 현대산업개발(662억 원), 롯데건설(245억 원), 현대엔지니어링(86억 원) 등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4년 과징금이 1천118억 원이었다. 그해 영업익(별도기준) 4천779억 원의 23.39%, 당기순익 3천131억 원의 35.7%에 이른다.

과징금은 2014년 국내 인프라 사업부 매출총이익(927억 원)을 191억 원 초과하는 수준으로, 과징금 탓에 1년 동안 국내 토목에서 헛농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2014년 과징금은 1천336억 원으로 영업익의 25.32%, 대림산업(1천6억 원)은 65.1%였다.

◇사면받고도 뒤에서 '또 담합'

건설업계의 최초 사면 사례는 지난 2000년이다. 밀레니엄을 맞아 계약불이행과 담합 등으로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업체 약 3천 곳이 혜택을 받았다. 2006년에는 8·15사면이 있었고, 2012년 1월에도 건설업계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사면 특혜를 가져왔던 사과와 반성은 말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10일에 있었던 사면조치 직후(1월13일)에도 포천복합화력 공급배관 건설공사(714억원 규모) 입찰에서 대우건설과 동아건설산업 등이 담합을 벌였다.

그해 9월에는 천연가스 주배관 공사 등에서 SK건설과 한양, 두산중공업 등이 담합한 사실이 있었다.

작년 건설업계는 광복절을 맞아 또 사면을 받았다. 불공정행위 재발방지를 위해 실효성있는 담합 근절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입찰담합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찰담합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되면서, 개별업체들간 직접 만나지는 않고 전화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작년 사면당시 건설업계는 약 2천억원의 건설공익재단도 연내 출범시켜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달까지도 계획금액의 절반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건설사들이 부도덕한 입찰 담합 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잇따른 사면에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담합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입찰 담합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천억원 과징금 다시 예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은 이번주 3천억원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생산기지 관련 과징금을 부과받을 예정이다.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삼척·평택·통영 LNG 저장탱크 공사 관련 입찰담합 건을 심의했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건설사 입찰 담합으로는 역대 두 번째다. 최대 과징금은 지난 2014년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3조5천980억 원)으로 28개 건설사에 4천355억 원이 부과됐다.

이번 공정위는 통영 LNG저장탱크(2005~2007년, 2009년) 4건과 평택LNG (2006~2008년) 4건, 삼척LNG(2010년, 2012~2013년) 4건을 들여다봤다.

각각 공사규모는 7천757억 원과 9천862억 원, 1조7천876억 원이다.

건설사들은 사전에 낙찰 대상자와 투찰가격을 정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입찰 담합했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담합은 잘못된 행위가 맞지만, 입찰 자체가 지금으로부터 상당 기간 전의 일이다"며 "현재 건설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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