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와 함께 SK그룹의 핵심 회사라고 할 수 있죠. 이번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요.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 계획에 따라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죠.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아직 수익은 나지 않으면서 결국 주주들한테까지 손을 빌리게 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1조2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주식수가 늘고 기존가 대비 할인돼 팔리기 때문에, 기존주주들은 주주배정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당장의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해야겠다고 밝힌 구체적 이유를 분석해보면요. 채무상환자금 3천500억원과 시설자금 4천185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4천92억원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채무상환은 자본 조달을 통한 부채 축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공시를 보면 여기서 시설자금과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은 배터리와 친환경 투자자금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번에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이례적으로 주주제안을 발표했어요. 이번 유상증자가 배터리를 포함한 친환경 투자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명분은 친환경 투자 확대지만,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의 주주제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번 유상증자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죠.
김준 대표는 미래 성장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건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해석해보면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리겠다는 것인데요. 투자를 하다보니 부담이 과도하니, 자본을 늘려서 부채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앵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서는 것 같은데요. 국제신용평가사 S&P가 SK이노베이션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요.
[기자]
S&P가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에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배터리 투자가 과도하고 차입금이 늘어 신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였는데요. 이 때문에 90일 내에 레버리지 축소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한등급 내려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신용등급 부정적 관찰대상에 지정한 것이죠. 그 90일 기다림의 결과가 이달 중순에 나왔습니다.

S&P가 이 부정적 관찰대상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에 따른 현지생산세액공제. AMPC 혜택의 추가 사항을 지켜보겠다는 것인데요. 추가적으로 레버리지 관리와 비차입 자금조달 노력 등 재무정책도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개월에서 3개월 후에 S&P가 관찰대상 제외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고요. 이때 다시 한번 SK이노베이션의 재무상황을 주시해야 할 듯합니다.

정리해보자면, S&P가 기한을 줘서 SK이노베이션이 재무개선에 나서는지 지켜보다가, 한번더 빚을 줄일 기회를 준 것이죠. 이 재무구조 개선에는 빚 자체를 줄이는 수도 있지만, 자본을 확충해서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S&P는 무디스, 피치와 함께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힙니다. 국가 신용등급도 매기고요.
여기서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SK이노베이션이 매우 치명타겠죠. 그래서 SK이노베이션이 리스크를 줄이고 레버리지를 축소하고, 신용등급 관리도 해야하기 때문에 빚을 늘리기보다는 유상증자를 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SK이노베이션이 신용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유상증자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에 SK이노베이션이 컨퍼런스콜을 열었다고 하는 데 어떤 내용이 있었나요.
[기자]
컨퍼런스콜이라는 것은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기업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인데요.
이번주 월요일에 SK이노베이션의 컨퍼런스콜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을 취재해봤는데요.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이 발표했던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까지 그린자산 70% 달성 목표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고요. SK온 프리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올해 1분기 기준 15조6천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차세대 소형 원자로와 수소 암모니아 등 투자에 나서고 연구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SK이노베이션의 추가적 유상증자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고요. 친환경 투자를 위해 돈이 필요하고, 빚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에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수소, 암모니아, SMR 등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신사업 투자에 쓰면 되는데,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앵커]
SK온. SK이노베이션의 포기할 수 없는 배터리 신사업 회사라고 볼 수 있는데요. SK온 사정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기자]
SK온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고요. 지난해 계획했던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약 1조7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도 3천4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습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고는 있으나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해외생산지 수율 이슈 등으로 적자가 나고 있고요.
하지만 배터리 사업을 위해서는 대규모 해외 합작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돈 나갈 곳은 많고. 돈은 잘 안 벌리니 재무적으로 힘든 상황이 됐죠.
올해 필요한 투자만 10조원이 예상되고요. 지난해 말 차입금 규모가 10조8천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원의 자금을 지원했고요. SK온이 프리IPO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상장 전에 미리 돈을 조달하겠다는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국내외 증권사, 사모펀드, 유럽 공적수출신용기관, 채권발행, 현대차그룹 등에서 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반년 만에 확보한 자금은 총 약 8조1천억원 규모입니다.

SK는 2024년 SK온 흑자전환을 목표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전까지는 투자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어떻게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느냐가 관건일 듯합니다 합니다.


[앵커]
SK온 자금 소요로 인해서 SK이노베이션이 허덕이는 상황에 놓였군요. SK하이닉스도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요.
[기자]
SK하이닉스도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표적 반도체 기업이죠. 최근 반도체 업황 둔화의 역풍을 맞으면서 아직도 겨울 속에 있습니다. 글로벌 소비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환경이 나빠지면서 4분기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냈고요.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약2조8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주가도 상승세로 접어들었는데요. 당장 2분기에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반도체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깐 아무리 올해 50% 이상 투자를 줄인다고 해도 올해도 수조원대의 설비 투자가 필요해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선제적으로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보다는 아직은 신용 여력이 낫다고 볼 수 있겠죠. 올해 초 1조4천억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고요. 또 교환사채를 발행해서 2조2천300억원가량을 조달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SK이노베이션처럼 유상증자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취재를 해봤는데요.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대해서 전혀 검토한 바 없고, 자금 여력이 어렵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앵커]
당장은 SK하이닉스의 유상증자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네요.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재무 플랜을 재점검했다고요.
[기자]
이달 중순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재의 확대경영회의가 있었는데요. 이날 회의에는 그룹과 계열사 최고 임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 때 SK그룹의 파이낸셜스토리. 재무 상황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내외 상황을 점검하고, 재무 여건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SK의 투자와 재무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상황에 즉각 대응하라는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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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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